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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벌떡 깰 만큼 힘들지만…안무가로 성공 꿈꿔요"

첫 안무 도전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정영재 국립발레단, 단원 대상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시동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37)·정영재(31)가 안무가로 변신했다.

강수진 예술감독이 단원들이 지닌 제2의 재능을 키우고, 국립발레단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시도하는 단원 대상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서다.

이영철, 정영재를 비롯해 지난해 6월 참여 신청을 한 9개 팀, 12명이 안무한 작품들은 내달 4∼5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관객과 처음으로 만난다.

8∼12분 길이의 소품이지만, 무용수들이 익숙한 무대에서 내려와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몇 달을 창작의 고통과 씨름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강 예술감독은 "국립발레단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무용수뿐 아니라 그들이 출 수 있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줄 안무가가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주옥같은 작품과 멋진 안무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영국 로열발레단,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등 여러 세계 유명 발레단들은 상주안무가 제도를 통해 각 발레단 고유의 색깔을 지닌 창작물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국립발레단은 2009년 국가브랜드 사업으로 제작한 '왕자호동' 외에는 이렇다 할 창작 작품을 내놓지 못한 채 외국 작품을 들여와 선보이는 데 그치고 있다.

최근 연습이 한창인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이영철과 정영재는 진작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안무가의 꿈을 키워왔다.

"자다가 벌떡 깰 만큼 힘들지만…안무가로 성공 꿈꿔요"1

"예전부터 안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발레단에 있으면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시도하기 어려웠죠. 사실 그래서 단장님과 선생님들께 저희끼리 해도 좋고, 소극장이든 어디든 좋으니 안무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곤 했어요. 유럽에서는 이런 식으로 안무가를 발굴하거든요."(이영철, 이하 이)

러시아와 한국에서 발레를 공부하고 영국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한 정영재의 생각도 비슷하다.

"옛날에는 안무가가 꿈이었어요. 특히 영국에 가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보통 외국 발레단은 상주안무가들이 다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거의 없어 대부분 외국에서 작품을 다 사오지만요. 영국 발레단에서는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해요. 러시아 고전만 경험하다 영국에서 발레와 탭댄스, 살사, 롤러스케이팅 등이 결합된 작품을 봤는데, 그야말로 신세계로 느껴졌죠. 유럽에서는 안무가가 인지도도 높고, 발레의 유행도 좌지우지해요. 한국에서도 그런 안무가가 나오면 좋겠습니다."(정영재, 이하 정)

"자다가 벌떡 깰 만큼 힘들지만…안무가로 성공 꿈꿔요"2

이처럼 오랫동안 품은 꿈을 펼쳐볼 기회를 드디어 잡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과 이미지를 무용수의 몸짓을 통해 무대에 구현해내기란 상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처음에 한다고 했을 때는 쉬울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닥치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자다가 갑자기 동작이 떠올라 벌떡 깰 정도로 스트레스가 엄청났죠.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무용수들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정)

"처음에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웃음) 평소에도 음악을 듣거나 영감이 떠오르면 30초든 1분이든 동작을 만들어서 춰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쉽게 할 수 있겠지' 했는데, 10분이면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 그 안에 메시지 전달도 해야 할 것 같고, 춤도 잘 춰야 할 것 같고…만족스러운 공연을 위해 여러 가지로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스트레스가 굉장하더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공통으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결국, 창작은 처음 구상한 것들을 잘 버리고, 잘 벼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소설가들도 글을 써놓고 다음날 다 찢어버리고 한다잖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다음날 보면 스스로 너무 창피한 거예요. 그러면 쓰레기통에 다 집어넣고…처음에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내 색깔을 입히고 이야기를 더하면 되겠지!' 했는데 지금 보니 핵심은 이야기를 계속 쳐내는 작업인 것 같네요."(이)

"오늘은 이게 좋아서 이렇게 했는데, 내일이 되면 생각이 바뀌고…. 나중에는 너무 복잡해져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다 사라져버린 적도 있죠. 단순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리면 어느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거든요. 결국, 처음에 덩어리였던 것을 계속 깎아내는 작업인듯합니다." (정)

"자다가 벌떡 깰 만큼 힘들지만…안무가로 성공 꿈꿔요"3

안무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나 생각은 공통점이 많지만 이번에 보여줄 작품의 분위기와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이영철의 작품은 상실과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 '빈집'이다. 몇 년 전 남편을 저 세상에 먼저 보내고 아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느낀 감정을 파드되(2인무)로 구성된 모던발레로 풀어냈다. 제목은 기형도의 동명 시에서 따왔다. 이영철이 직접 무대에 오른다.

반대로 정영재는 철학적 의미는 배제하고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페스티벌 인 러브'라는 제목처럼 화려한 사랑의 축제를 거슈윈과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 맞춘 클래식 발레로 보여준다. 수석무용수 김현웅·김리회를 비롯해 무용수 10명이 파드되를 선보인다. 정영재는 춤을 직접 추지는 않고 안무만 맡는다.

"앞으로도 안무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하던 작품을 계속 받아 추기보다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직접 춤으로 만들고, 제가 안무한 작품에 직접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정)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번에 안무가로서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무척 궁금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안무가로 멋지게 성공해서 외국에서도 사갈 정도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이)

이번 공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이다. 공연 1시간30분 전인 오후 6시부터 현장 매표소에서 좌석권을 나눠준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발레단 홈페이지(www.kballet.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 02-587-6181.

k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8/25 06: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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