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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10월 중구 저동으로 이전…"비싼 임대료 탓"

국가소유 '나라키움저동빌딩' 11∼15층 사용…2038년까지 계약"인권위 상징성 퇴색·접근성 악화" 등 우려 목소리도
<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10월 서울광장 옆 청사를 떠나 중구 저동으로 옮긴다. 운영비의 60%에 달하는 건물 임차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인권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10년 넘게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으며 쌓아온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상징성이 퇴색하고 대민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일 국가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오는 10월 초 청사를 명동성당 건너편에 자리한 중구 저동 나라키움저동빌딩으로 이전한다.

나라키움저동빌딩은 옛 남대문세무서 자리에 지은 국가 소유 건물이다. 인권위는 이 건물의 11층부터 15층까지 모두 5개 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038년까지다.

4월 27일 현병철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출범 직후부터 사용해오던 현 중구 무교동 청사를 떠나기로 한 배경에는 임차료 문제가 컸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6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개선 촉구 기자회견' 장면. 뒤로 랜드마크인 서울시청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이 보인다.

지난해 청사 임차료는 약 43억원으로 인권위 전체 예산(246억원)의 17%를 차지했다. 인건비와 사업비를 제외한 운영비 72억 중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 청사는 민간 건물을 임차한 것이어서 부동산 경기에 따라 매년 임차료 부담이 점점 늘어나 경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청사 운영과 관리를 위해 오래전부터 이전을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새 청사 입주 후 5년간 임대료 인상이 없고 이후에도 인상 폭이 시중보다 낮아 매년 8억원 가량의 임차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청사 이전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명박 정부 당시 조직과 예산이 20%가량 삭감된 상황에서 상징성 있는 청사를 떠나가 돼 인권위의 위상이 더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02년 인권위 청사의 위치를 정할 당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가치가 '접근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우려가 근거 없는 기우가 아니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7월 14일 서울 저동 나라키움빌딩 준공식 장면. 당시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구 남대문세무서 자리에 15층으로 세워진 이 빌딩에는 남대문 세무서와 서울지방국세청 등이 입주해 있다.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했을 때 서울을 잘 모르는 지방의 국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시청이라는 랜드마크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장소 선정의 중요 요소였다.

이 때문에 다른 유력 후보지였던 서울파이낸스센터 건물은 정보통신 관련 인프라나 시설이 좋음에도 출입 통제가 심해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청사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서울지방경찰청 등 진정과 관련된 정부기관이 많이 있고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공간이 있어 인권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현 위치로 결정된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인권위의 새 청사인 나라키움저동빌딩은 명동성당, 영락교회, 백병원 등이 인근에 있지만, 자체 건물 인지도나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아 현 청사와 비교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명숙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활동가는 "인권위 건물은 인지도가 높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인권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할 때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8억원을 아끼려 10년 넘게 쌓아온 상징성까지 포기해 결과적으로 인권위의 위상이 더 추락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도 "예산을 아끼려 청사를 이전하는 게 국민 편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에는 의구심이 있다"면서 "청사 이전이 기정사실이라면 국민의 접근성이 악화하는지, 인권위 배움터 등 현재 시민단체나 민간기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는지 등 부작용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8/02 06: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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