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시리아-레바논 '시아파벨트' 핵타결 변수 촉각
송고시간2015-07-26 15:43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박에도 공고하게 유지되던 이른바 '시아파 벨트'에 핵협상 타결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망이 분분하다.
시아파 벨트는 이란을 중심으로 서진하면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일컫는다.
이라크는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는 탓에 이란과 세력균형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시리아와 레바논은 이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핵 타결로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대폭 늘어날 자금력으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이 핵협상을 극구 반대했던 것도 이런 논리다.
이런 우려때문에 수니파 종주국이자 이란의 역내 경쟁국인 사우디는 즉시 시아파 벨트 차단에 나섰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1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을 3년 만에 만났다. 하마스는 사우디가 경계하는 이집트 이슬람주의 세력 무슬림형제단과 밀접한 탓에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소원했었다.
하마스가 현재 시리아의 친이란 시아파 정권에 맞서는 반군을 지원하는 만큼 다분히 이란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19일엔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대척점에 선 반이란 성향의 3·14연대의 기독교계 레바논저항당(LF) 당수 사미르 게아게아를 사우디로 불러 만났다.
사우디는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이를 두고 핵협상 타결 뒤 이란의 지원으로 강력해질 시리아 정권과 헤즈볼라에 대응할 수 있는 세력을 서둘러 접촉, 세를 규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주로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이지만 시아파 벨트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그림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란이 중동의 안정과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역할론을 핵협상의 지렛대로 쓴 데다 타결안에 정해진 일정대로 순탄하게 제재가 풀리려면 되도록 서방과 마찰을 줄이고 어느 정도 중동 현안에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과 사우디가 요구하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교체와 레바논의 종파 간 냉전국면해소에 이란의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시리아 정권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헤즈볼라 고위간부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 핵협상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냈다.
이런 전망에 시아파 벨트의 당사자들은 '악의적인 여론전'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세예드 하산 나스랄라는 25일 생중계된 연설에서 "미국은 영원한 '거대 악'"이라는 독설과 함께 핵협상 타결 뒤에도 이란과 신뢰 관계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떠난 이념적 동맹이라고 반박했다.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 역시 24일 "이란 핵협상이 시리아 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다"며 "협상 타결을 고리로 서방이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란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시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무알렘 장관은 또 "시리아는 테러리즘을 공동 대처하는 데 또 다른 주요 우방인 러시아에 감사한다"며 "우리의 연대가 더 강할수록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겠지만 이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시아파 우방에 대한 이란의 변화는 현재로선 감지되지 않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8일 "서방과 핵 협상으로 이란이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억압받는 예멘, 바레인,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지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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