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①'가사논란' 힙합, 직설화법 불가피(이상윤PD)
송고시간2015-07-27 08:30
"방송 규정·정서 고려해 프로그램 제작 노력할 것"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가 매회 논란과 화제 속에서 방송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밤이면 10~20대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쇼미더머니4'는 여성을 비하하는 가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등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랩을 펼친 것은 사회적인 공분을 자아냈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항의성명을 낸 바 있다.
아직 방송은 안됐지만 이후 녹화에서는 블랙넛이 펼친 공연이 성행위를 연상시켜 제작진이 방송에서는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서도 '쇼미더머니'는 시청률 1~3%를 오가며 인기를 얻고 있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트위터 등 SNS에서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간다. 지상파 부럽지 않은 반응이다. 엠넷도 기대 이상의 열기에 놀라고 있다.
'쇼미더머니'를 비난하는 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마이너 장르였던 힙합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쇼미더머니'가 일으키는 논란에 대해 제작진의 입장과 방송 전문가인 주철환 아주대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엠넷 이상윤 PD의 의견이다.
◇ 엠넷 '쇼미더머니4' 이상윤 PD
'쇼미더머니'는 국내 최초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먼저 '쇼미더머니'의 기획 의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에서 힙합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리고, 힙합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서 힙합이 장르로서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출연자 간 경쟁을 붙이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일부에서는 래퍼들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마니아적 장르'이다 보니, 단순 힙합 공연만 나온다면 많은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서바이벌이라는 재미 요소를 추가한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쇼미더머니4'는 방송 심의 규정과 시청자 정서를 고려해 방송을 제작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도와 달리 일부 프로그램에 논란이 발생되는 점에서는, 제작진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작에 좀 더 주의와 심혈을 기울이겠다.
다만, 발라드와 록은 은유적인 표현들을 사용하고 사랑 이야기가 많다면, 힙합은 직설적인 표현들이 많은 듯하다. 사람들이 말을 할 때 기분 나쁜 부분을 돌려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설 화법으로 표현하는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가자들도 힙합 가사를 쓰면서 강력한 비유법 등으로 '펀치 라인'을 만들다 보니 가사에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 등장할 때도 있다. 하지만 래퍼들이 하고픈 말들이 있는데 아름다운 말들로만 하라고 하면, 힙합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외면받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래퍼들의 공연을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 봐주신다면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공연장이 아닌,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편집으로 제한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제작진 실수다. 앞으로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콘텐츠의 편집을 좀 더 신중하게 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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