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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자기 찾아 나서기…삶의 중심을 '의미'로

송고시간2015-07-15 11:01

칼 융 심리학에 바탕 둔 '나를 마주할 용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나름대로 사회적 성취를 하며 무난한 인생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문득 내면의 공허함을 발견하고 느낀 적이 없는가. 내 삶의 운전대를 자신이 직접 잡지 않고 제3의 누군가에게 내맡긴 채 결과적으로 그 하수인 역할을 해왔구나 하는 자책과 후회는 없었는가.

칼 융 학파의 정신분석가 제임스 홀리스는 인생 후반기에서 누구나 맞닥뜨리기 쉬운 성찰과 참회의 아픔을 깊이있게 더듬는다. 저서 '나를 마주할 용기'를 통해서다. 저자는 학문적 스승인 칼 융의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인생 후반을 내면의 풍요로움으로 좀 더 의미있게 사는 길을 제시한다.

인생 후반이라고 하면 항용 50대 이후 나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설정한 인생 후반은 30대 중반 이후다.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기 주도로 삶의 길을 열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보기 때문. 30대 이후엔 외부적 성공보다 내면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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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드는 두 사례는 30대 이후 중년의 고뇌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평생 학계에 종사하며 훌륭하게 살아왔다고 여겼던 한 남자는 은퇴 후 우울증에 빠져 있다. 일을 놓아버린 그에게 지금 자기 자신을 쏟을 심리적 에너지가 담겨 있어야 할 정신적 구조가 하나도 없다.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일관된 일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바가 도대체 없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다. 어릴 적에 자신의 에너지를 언제나 어머니가 마음대로 조종했다는 사실을. 어머니의 목표가 그의 목표였고, 어머니의 의지가 그의 의지여야 했다. 일평생을 어머니가 아들에게 품은 야망에 따라 살았을 뿐 자기 자신은 없었다.

30대 후반의 한 여성도 자기 삶이 아닌 남의 삶을 살아오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부사장까지 올라 사회적 유리천장을 깨고 성공한 여성이었으나 어느날 그 같은 성취가 결코 자기 주도의 인생이 아님을 깨닫는다. 직업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과 자신의 삶을 그저 동일시해왔을 뿐. 우울한 내면의 자기를 무시한 채 외부의 시선에 이끌려 아슬아슬하게 성취의 길을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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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칼 융이 말하는 자기(self)와 자아(ego)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생각이 닿지 않는 어둠과 무의식의 세계가 자기라고 한다면, 자기에 비해 아주 작은, 의식과 분별의 세계는 자아다. 달리 말하면 자아는 자기라는 거대한 전체에 속해 있는 조그마한 부분집합인 셈. 그래서 자기는 자아를 쉽게 바라볼 수 있으나 자아가 자기를 발견하기란 좀처럼 어렵다.

책의 제목처럼 나를 진솔하게 마주하려면 자아를 넘어 자기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용기의 문제다. 영혼의 반란이 없고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깨달음과 회심의 영역. 시인 단테도 삶의 중도에 자신이 길을 잃고 컴컴한 숲에 서 있음을 깨닫는 것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하지 않던가.

자기(大我)를 찾으려면 자기(小我)를 버려야 한다. 낡고 좁은 자아 중심의 세계를 떨치고 새롭고 무한한 자기 중심의 세계를 되찾아야 한다. 이는 불가에서 말하는 출가를 떠올리게 한다. 무명의 고통을 딛고 열반의 기쁨을 얻으려면 잃어버린 자기를 새롭게 되찾아 만나야 한다.

저자는 고통이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강조한다. 의식적 자각 밑으로 흐르는 깊은 조류를 인정하는 게 지혜의 시작이며 이 지혜는 고통을 통해 생겨난다는 것. 고통을 통해 얻은 지혜는 우리의 삶에 존엄과 깊이를 더하고 우리는 그 부산물인 영적 확장의 축복을 받는다.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나서야 우리는 훨씬 더 재미있고 심리적으로 더욱 풍성하며 영적으로 더욱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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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비유로 떠오르는 게 쇠의 담금질이다. 쇠는 고열과 냉각이라는 극단의 고통 과정을 거쳐 새로이 태어난다. 그 격변의 치열한 드라마가 없다면 자기만의 모양과 특성을 지닌 쇠로 거듭나지 못하고 그저 안온한 철분 단계에 머물 뿐이다. 고진감래의 새로운 탄생과 그 교훈은 그래서 소중하다.

이를 위해 삶의 무게 중심을 성공에서 의미로 이동하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인간은 본디 의미를 추구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동물이라면서 이 의미를 제한할 때 삶은 영혼에 상처를 입히기 마련이라는 것. 그러면서 "무의미는 삶의 완성을 저지하며, 따라서 병이나 다름없다. 의미는 아주 많은 것들을, 아마 모든 것을 견뎌낼 힘을 줄 것이다"는 칼 융의 가르침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자기 영혼에서 본래 자기를 찾아내는 삶의 조각가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대본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써나가는 자기 주도의 시나리오 작가다.

정명진 옮김. 부글books. 36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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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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