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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합니까> ① '예능프로 풍자' 징계는 '코미디'(한국PD연합회)

송고시간2015-07-14 08:30

"표현의 자유 억압…'표적 심의' 등 위험성"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풍자한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개콘)의 시사풍자 코너 '민상토론'에 대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이어 이달 1일에는 MBC <무한도전>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민상토론'에 대해 "정부가 뒷북만 쳤다는 건가" 등의 발언이 방송의 품위유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으며, '무한도전'은 '중동지역'임을 특정하지 않은데다 관련 멘트가 객관성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 측은 "심의위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는 코미디"라며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PD연합회는 특히 이번 심의가 신속히 이뤄진 점 등을 들어 방통심의위가 '청부 심의' '표적 심의'의 위험성에 빠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안주식 한국PD연합회 수석부회장 겸 KBS PD협회장의 의견이다.

◇ 안주식 한국PD연합회 수석부회장 겸 KBS PD협회장

두 징계엔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메르스 예방법에 대해 풍자 등 비판한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이다. 특히, '민상토론'에 대한 징계 사유는 가히 코미디에 가깝다. '민상토론' 징계 사유는 정부의 허술한 메르스 대책을 풍자한 것이 "시청자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소지가 있으며, 특정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란다. 징계 조항도 품위유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민상토론'으로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가 누가 있다는 말인가? 심의위는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심의위원 개인의 막연한 '감'으로 징계한 것인가? 또, 일부에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가?

문형표 장관 등 특정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는 말은 더욱 우습다. 문 장관은 초기의 발언을 뒤집고,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보수언론까지 비판했다. 방통심의위는 언론이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해 자유로운 풍자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기관이다. 더욱이 정작 문 장관 자신은 불쾌감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무한도전>에 대한 징계도 코미디다. 물론 <무한도전>은 "낙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라고 이야기하면서 '중동지역'임을 특정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는 보건복지부의 잘못에 기인한다. 복지부는 초기에 메르스 대응법이라며 '낙타와의 접촉을 피할 것,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섭취하지 말 것' 등을 주요한 예방법으로 국민에게 공지했다. 비난이 쇄도했다. 한국이 중동국가도 아니고, 당장 병원에서 감염자,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안일하게 '낙타 고기'를 운운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다. 무한도전은 이 점을 풍자한 것이 본질이다.

이번 징계의 공통점이 또 있다. 전광석화와 같이 신속하게 징계했다는 점이다. '민상토론'은 6월 14일 방송분에 대해 징계를 가한 것이 6월 24일이다. '무한도전'은 6월 13일에 방송된 것으로 불과 2주 만에 징계가 이뤄졌다. 방송한 지 2주 내에 징계가 이뤄진 사례가 또 어디 있는가?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등 6개 언론단체가 결성한 '방송심의제도개선TF' 등에서 올린 심의요청에 대한 처리기간을 보면 평균 1개월 이상이 걸렸고, 6개월까지 걸린 사례도 많았다.

내용면에서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징계하는 심의위는 종합편성채널의 오보·막말·편파 방송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슨한 잣대로 일관하는 편파성을 드러낸다. 방통심의위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예능프로그램에 가했던 그 기준으로 종편의 막말, 오보 등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대칭적 편파 심의가 계속될수록 방통심의위는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폐지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방통심의위도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다. 민원제기가 들어오면 반드시 처리하게 되어 있는 규정이 있고, 그에 따라 심의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심의위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심의위는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권력의 심기 불편을 대변하는 단체의 민원제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전형적인 '청부 심의' '표적 심의'의 위험성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지금 방통심의위는 이른바 6:3의 의결구조로 되어 있다. 일부 단체가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해 민원을 걸면, 청와대 여당 추천 위원들만 가지고 충분히 징계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갈을 물리는 장치를 통해 비판 프로그램, 풍자 프로그램은 한둘씩 제거됐다. 방송 제작진은 이번 민상토론, 무한도전 사례를 보면서 이미 위축될 대로 위축돼 버렸다. 결국 우리 방송엔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고,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기도 오고 있다.

aupf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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