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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극복 모범사례 12년만에 주민대표 분신 소동으로

송고시간2015-07-10 12:34

하늘공원 자진유치 주민, 시 인센티브 안 지키자 분노 표출

"도로개설 약속 왜 안 지키나" 주민대표 분신

"도로개설 약속 왜 안 지키나" 주민대표 분신 도로 개설을 요구하던 주민단체의 대표가 울산시청에서 분신을 시도했습니다. 오늘 오전 7시 30분쯤 61살 정 모 씨가 울산시청 건물 기둥을 승합차로 들이받은 뒤 현관과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습니다. 다행히 시청 직원들이 소화기로 신속히 화재를 진압해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정 씨는 10여 분 만에 경찰에게 연행됐습니다. 정 씨는 울주군 삼동면지역의 주민단체 회장으로 이 단체는 장사시설 유치에 따른 도로 개설 약속을 지킬 것을 울산시에 요구해 왔습니다. 잇단 집회에도 주민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정 씨가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혐오시설을 자진 유치했던 지역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인센티브 이행을 촉구하다가 마침내 주민대표가 시청에 찾아와 유류를 뿌리고 몸에 불을 지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12년 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주민들은 화장장과 공원묘원, 납골당까지 갖춘 장사시설을 자진 유치했고, 울산시는 그 대가로 주민의 숙원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했다.

그러나 19가지나 되는 약속이 잘 이행되지 않아 최근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러다 마침내 주민대표가 차를 몰고 시청 건물로 돌진, 유류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 장사시설 자진 유치와 울산시의 약속

2003년 10월 7일. 울산시청 시장실. 박맹우 시장은 "삼동면 주민들의 유치 결정은 주민 스스로 님비현상을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용단"이라고 말했다.

울주군 삼동면 주민들이 동구에 있던 공설화장장을 삼동면에 자진 유치하기로 결정하자 반기면서 한 말이다.

당시 울산시는 장사시설 유치에 찬성한 삼동면에 인센티브로 장례식장 운영 사업권을 비롯해 3천억원 상당의 지역 현안 19가지를 2009년까지 모두 완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삼동면 주민 1천900여 명은 "종합장사시설 유치는 정말 잘한 일로 울산에서 가장 낙후된 마을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울산의 다른 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인센티브 규모에 놀라워하며 삼동 주민들을 부러워했다.

◇ 약속 미이행에 주민 불만 폭발

이틀째 집회 "화장장 유치 인센티브 약속지켜라"
이틀째 집회 "화장장 유치 인센티브 약속지켜라"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민들이 5일 삼동면 화장장 하늘공원 진입로 옆 공터에서 이틀째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 주민은 "울산시는 2012년 삼동면민들이 자율 유치한 화장장이 완공되면 개통해주기로 한 도로개설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2015.7.5
young@yna.co.kr

2015년 7월 10일. 울산시 남구 신정동 울산시청 신청사 건물 앞. 한 60대가 모는 차량이 신청사 건물 로비로 돌진하려다 계단에 막히자 로비 옆 유리창을 들이받는다.

차에서 내린 이 남자는 건물 앞바닥과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하다 시청 환경미화원과 청원경찰의 제지로 실패하고 경찰에 연행된다.

이 남자는 삼동면발전협의회장 정모(61)씨다. 5년째 삼동면발전협의회장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혐오시설을 유치하며 님비현상 극복의 모범사례로 박수를 받았던 삼동면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 주민 대표가 시청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

지난 9일 울주군 삼동면발전협의회 사무실에서는 주민 40여 명과 시청 공무원들이 모인 가운데 하늘공원 유치에 따른 주민숙원 추진 현황 설명회가 열렸다.

정씨 등 주민들은 혐오시설 유치 인센티브 사업의 핵심인 율리∼삼동 도로 개설을 조속히 완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 인센티브 사업 19가지 추진상황과 시의 재정부담

울산시는 2009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인센티브 사업을 하늘공원 준공 시점인 2012년 말로 이미 한차례 미룬 상황이었다.

율리∼삼동 도로개설 사업(길이 7.4㎞, 폭 4차선)도 지지부진해 1.2㎞ 구간은 완료됐고, 1.4㎞ 구간은 개설 중이며, 보상이 진행 중인 4.9㎞ 중 3.6㎞는 보상 협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주민들은 이 구간 공사를 2017년까지 완공해 달라고 요구했고, 시는 재정형편상 2018년이나 2020년이 돼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산산조각이 난 울산시청 본관 유리창
산산조각이 난 울산시청 본관 유리창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10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시청에서 정모(61)씨가 승합차로 건물을 들이받고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날 정씨가 차량으로 들이받아 깨진 시청 본관의 유리창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2015.7.10
leeyoo@yna.co.kr

주민들은 19가지 사업 중 정작 지역발전에 필요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2012년 말 울산하늘공원이 완공된 후에는 시에서 삼동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등 배신했다"고 분노했다.

삼동면발전협의회 간부는 "정 회장이 회의가 끝나고 나서 '이래선 안 된다, 주민들만 (약속 촉구 시위로) 고생시키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울산시가 인센티브 이행 약속을 지연하자 주민들은 지난 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지난 4일과 5일에는 하늘공원 진입로에서 농성까지 벌였다.

주민들은 또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울산시가 종합장사시설 자진유치에 따라 삼동면에 시행하기로 한 인센티브 사업에 드는 총 예산은 6천143억3천여만원으로 시는 추산했다.

이중 14가지 661억8천200만원, 금액상 10.7%는 완료됐고, 율리∼삼동 도로개설 (991억5천만원)과 하수차집관 설치 사업(236억원)은 추진 중이다.

나머지 5건의 계획도로 조기 완공(2천736억원), 하작∼둔기 도로 4차선 확장(100억원), 삼동∼KTX울산역 도로개설(1천456억원)은 계획조차 없이 장기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삼동면 주민들은 "인센티브 사업은 우리가 해달라고 했던 것이 거의 없고 울산시가 나서서 해주기로 한 것"이라며 "행정기관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혐오시설 유치에 찬성하겠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주민들과 협의해 갈등을 줄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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