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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참사 20년> ② 쓸쓸한 20주년…메르스에 추모식도 취소

송고시간2015-06-28 07:05

희생자 위령탑엔 꽃바구니만…유족들도 언론 노출 꺼려

삼풍 참사 20주년 나흘앞으로
삼풍 참사 20주년 나흘앞으로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주년을 나흘 앞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삼풍참사위령탑 앞에 꽃다발이 놓여져있다. 2015.6.25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주년을 맞았지만 추모 분위기는 전에 없이 쓸쓸하기만 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매년 '삼풍 유족회'가 열던 추모식은 취소됐고, 유족들은 아픈 기억을 묻은 채 한사코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다.

과거 백화점이 있던 자리에는 대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 지 오래고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위령탑에는 추모객은커녕 오가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근래 20년간 가장 많은 502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였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다.

◇ 인적없는 삼풍참사 위령탑…유족들이 두고 간 꽃바구니만

사고 발생 20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달 25일 서울 양재동 위령탑 인근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위령탑과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비석 주위에 놓인 크고 작은 꽃바구니 몇 개만이 유족들이 때때로 이곳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꽃바구니에는 '사랑하는 아들 ○○아 너의 생일이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아빠 엄마가', '○○이에게 보고 싶고 잊지 않을게' 등 유족들이 희생자를 그리워하는 문구가 달려 있었다.

삼풍 유족회가 지난 설 때 꽂아둔 꽃은 이미 빛바랜 모습이었다.

헌화한 꽃을 가져가는 이들을 질책하는 경고문은 씁쓸함을 더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마음으로 꽃을 해 놓는데 제발 부탁입니다. 꽃을 가지고 가지 마세요.', '자꾸 이런 짓을 하면 당신 가정에 안 좋을 일만 생길 테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양재 시민의 숲 주차장 관리요원은 "삼풍백화점 추모비를 찾는 사람도 그렇고 요즘 메르스 때문에 공원을 찾는 사람 자체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처참하게 붕괴된 삼풍백화점
처참하게 붕괴된 삼풍백화점

(서울=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685-3 삼풍백화점에서 부실 시공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 5층 건물 중앙부분이 무너져 내려 앉아 양쪽 건물벽만 처참한 몰골로 우뚝서있는 가운데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특별취재단/ 199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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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주기 희생자 추모식은 메르스 우려로 취소

매년 삼풍참사 위령탑 앞에서 진행하던 추모식은 올해 열리지 않는다.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당국의 의견을 삼풍 유족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순자 삼풍 유족회 전 회장은 "경찰에 문의해보니 올해는 메르스 때문에 추모식을 자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올해 추모식은 취소한다고 유족들이 공지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하지만 공식적으로 상만 안 차렸을 뿐, 현수막도 하나 걸었고 꽃도 새로 하기로 했다"며 "원하는 유족들은 위령탑에서 헌화라도 하고 가시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청도 추모식 취소로 매년 지원하던 텐트 등을 올해는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우려로 추모식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유족회 공지문에는 '삼풍'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이 삼풍백화점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만 봐도 아직도 가슴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엄마들이 삼풍이라는 단어를 보면 화를 내기에 공지문에 아예 삼풍은 넣지도 않았다"며 "나도 다시 생각하면 가슴이 새삼 아프다"고 말했다.

삼풍 참사 당시 부인과 딸을 잃은 한 유족은 "전화 인터뷰는 물론 메모도 남길 수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세 딸을 모두 잃고 '삼윤장학재단'을 만들었던 정광진 변호사도 3년째 모든 노출을 고사하고 있다.

유족들은 20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은 채 망각의 세월 속으로 묻혀 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년간 조용하다가도 이맘때가 되면 연락이 많이 오는데 이제는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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