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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참사 20년> ③ 생존자 최명석씨 "평범한 행복 누리고파"

송고시간2015-06-28 07:05

세상의 관심은 이제 부담…"딸과 즐거운 추억 만들며 살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20년 동안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때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사는 게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이더라고요."

1995년 6월 폐허로 변한 삼풍백화점 현장에서 열하루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최명석(40)씨는 20년이라는 세월이 참사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긴 세월도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20년 전 최씨는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사고를 맞았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에 가기 전에 용돈 벌이를 위해 나섰던 그 선택이 최씨를 악몽으로 이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강남 제일의 백화점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사망자 수습이 계속되던 나날, 참사 열하루 만에 스무살 청년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에 말 그대로 온 국민이 기뻐하고 환호했다.

230시간 만에 구조된 뒤 최씨는 "어머니 아버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켜 감동을 줬고, "콜라가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풍참사 20년> ③ 생존자 최명석씨 "평범한 행복 누리고파" - 2

최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소방수와 빗물을 받아 마시며 악조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고 생존 비결을 밝혔다.

이는 연일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 "아직 내 자식, 내 형제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최씨의 '기적'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사고 13일째 유지환(당시 18세·여)씨가 추가로 구조되며 희망을 이어갔고, 박승현(당시 19세·여)씨는 사고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후의 생존자'로 불리는 셋은 이후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가 됐다.

최씨는 건강한 상태로 곧 일상에 복귀했지만, 건망증이 심해지는 등 후유증을 겪었다.

사고 전 밝은 성격의 그였지만 사선을 넘나들던 충격 때문인지 대학에 복학하고 나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땐 인생이 참 별것 없다고 느껴졌어요. 죽음이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해선지, 사람도 동물이나 식물처럼 그냥 생존을 위해 살다 2세를 낳고 뒷바라지하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생이 마냥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해 방황을 계속하다 선택한 것이 해병대 입대였다.

병역특례 혜택을 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원입대했다. 몸이 힘들면 잡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고된 훈련과 힘든 군 생활로 몸은 피곤했지만 후유증은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런 무기력함을 끊는 전환점은 바로 취직과 결혼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2000년 그는 곧바로 GS건설(당시 LG건설)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건축설비를 전공한 그는 건설현장에 투입돼 열정적으로 일했다.

큰 사고 경험이 있어서인지 안전과 관련된 일에는 신경이 곤두섰다.

"현장에서 항상 혹시나 안전을 위협하는 부분이 없나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콘크리트를 만들 때 시멘트와 물의 비율이 정확히 맞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제 소관이 아니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달려가서 작업을 중지시키고 화도 냈어요."

현재 재건축·재개발 관련 업무를 맡은 그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에서 안전과 관련한 제도가 많이 강화됐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법도 국민의 안전의식도 점차 성숙해가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큰 사고가 나는 걸 볼 때면 '기본이 중요한데 이를 지키지 않아 또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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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5년 결혼하고, 다음해 딸을 얻었을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았다.

올해 열 살인 딸은 아빠를 따라 낚시도 다니고 볼링장도 함께 가는 '착한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많이 놀아주지 못해 아쉽다"며 여느 아빠처럼 미안해했다.

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는 세상의 관심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제는 부담스럽다.

"삼풍 참사일이 다가오거나 씨랜드 화재, 대구지하철 참사, 최근엔 세월호 참사까지 대형 사고 소식이 들리면 하루 이틀 뒤 어김없이 신문·방송사에서 찾아왔어요. 그땐 울컥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말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솔직히 딱히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요."

20년 전의 기억을 이젠 일상으로 덮고 살고 싶다는 최씨는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숨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며 "앞으로는 묻어뒀던 꿈도 다시 찾고, 사랑하는 딸과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며 개인적인 삶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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