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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허서명

송고시간2015-06-14 10:46

"'백조의 호수'는 마라톤…신인의 패기 보여드릴게요"

발레리노 허서명
발레리노 허서명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발탁된 발레리노 허서명이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6.14
ksu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클래식 발레의 명작 '백조의 호수'.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 걸작은 오랜 시간 각국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며 여러 발레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관객들과 만났다.

한국의 대표 발레단인 국립발레단도 매년 간판 무용수들을 내세워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 올해는 새로운 얼굴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쟁쟁한 수석무용수들이 포진한 주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코르드발레'(군무진) 허서명(25)이다. 그는 오는 24∼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백조의 호수'에서 남자 주인공, '지그프리트 왕자'로 27일 하루 무대에 선다.

수석무용수 이동훈이 부상으로 갑자기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면서 대역이었던 그가 깜짝 발탁된 것이다. 그는 지난 8일부터 대체 투입돼 현재 맹연습 중이다.

그는 지난 5일 경기도 구리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지방공연에서도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기는 했지만, 서울 공연은 중앙 무대에서 열리는 정기공연이라는 점에서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서의 정식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다.

허서명은 2013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호두까기 인형'의 '호두 왕자'로 주역을 꿰차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드러냈다. 깔끔하고 높은 점프 기술이 강점이다. 하지만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에 비해 무게감이 훨씬 큰 작품이어서 그 의미가 다르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허서명 - 2

지난 11일 연습이 한창인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허서명은 "클래식 발레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품이어서 제게 지방공연 주역을 맡기신 것부터 의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조의 호수'에서 군무를 했어요. '왕자'를 하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 군무진을 보면 문득 '저게 내 자리였는데, 지금은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부담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의 주역 발레리노 허서명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의 주역 발레리노 허서명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발탁된 발레리노 허서명이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6.14
ksujin@yna.co.kr

주역은 기본적으로 춤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공연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과 지구력도 요구된다.

"선배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동작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더 중요하더군요. 주역 경험이 많지 않아서 전막을 끌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이다. 기존 작품에서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또 다른 내면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 광대의 36회전, 궁정의 왈츠 군무, 각국 공주의 춤 등 다른 버전에는 없는 춤들이 추가됐다.

"'백조의 호수'는 마라톤 같은 작품이에요. 왕자는 130분 동안 대부분 무대에 나와 있는데, 서 있을 때도 항상 힘을 주고 있어야 해서 체력 소모가 크죠."

그는 "동작 하나하나보다는 춤과 연기로 전체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며 "선배 무용수들의 노련함과는 다른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서명은 원래 선화예중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그러다 '발레를 안 하기에는 신체조건이 아깝다'는 선생님의 권유에 발레에 관심을 두게 됐고, 중학교 3학년에 진로를 바꿨다. 아치형으로 굽은 발등과 쭉 뻗은 다리, 유연성 등 발레에 적합한 몸을 타고났다.

지난해 5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지금 진통제를 먹으면서 연습 중이다. 매일 오전 9시께 연습실에 나와 오후 6시까지 연습을 한다. 공연 연습이 끝나면 내달 1일 있을 국제 콩쿠르 준비를 한다.

"'백조의 호수'는 제가 더 성장할 기회인 동시에 시험대라고 생각해요. 양날의 검인 셈이죠. 관객들이 공연을 보시고 '저 무용수는 누구지? 또 보고 싶네!' 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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