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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는 실제와 이상의 차이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갔어' 원작자 이와이 히데토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히키코모리는 '실제 나'와 '이상적인 나' 사이의 틈이 너무 커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입니다. 행복은 한가지 형태가 아닙니다. 제 아이에게는 언제든지 피신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갔어'의 원작을 쓴 일본 극작가 이와이 히데토(41)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만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소재로 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히키코모리'를 '낙오자'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형 연출로 지난달 26일 막을 올린 이 작품은 먼저 일본에서 상연돼 큰 반향을 얻었다.

극나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이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처음이어서다.

일본 평단의 평가처럼 '조마조마할 만큼 리얼한' 표현이 가능했던 것은 그 자신이 16살 때부터 4년간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낸 히키코모리었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을 보기 위해 최근 방한한 그는 최근 히키코모리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는 이유에 관한 물음에 "히키코모리가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특정 원인을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 경우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했고,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맞은 사건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련의 일을 계기로 중학교 졸업하고 독립하겠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같이 숙식한 중국인 룸메이트가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그에게 한마디 말도 못한채 지내는 내 모습이 싫어 집으로 도망간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TV나 인터넷, 게임이 히키코모리를 양산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럼 인터넷을 없애면 히키코모리가 다 없어지겠느냐.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내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연결해준 케이블TV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집안에 틀어박히자 어머니가 케이블TV를 연결해주셨습니다. 아마 바깥세상과 끈을 놓지 않을 방법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제게는 도움이 됐습니다. TV에서 본 격투기에 빠지게 되면서 그걸 계기로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됐으니까요."

그는 히키코모리가 나오는 이유만큼이나 이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계기도 각기 다르다고 진단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좋은 방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방식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말고 행복을 다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행복이 한가지 종류라거나 반드시 밖으로 나가야 행복한 건 아닙니다."

또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들을 재단하거나 억지로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 밖에 나가면 나가지 않았을 때보다 많은 걸 접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할 수 있다"며 "내가 집 밖으로 나가자고 마음먹었을 때 내 일부를 버리고 나왔다. 아직도 내가 버리고 온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말은 그가 지난 20여년간 TV와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 주목받는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 작가로 입지를 다져왔다는 점에서 의외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주변인은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한 뒤 "히키코모리를 부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밖에서 괴로움을 덜 느끼고 살아갈까를 생각하라"며 "내 아이에겐 언제든지 집으로 피신해도 된다고 말해주겠다"고 조언했다.

극의 결말을 관객의 허를 찌르며 비극적으로 마무리 지은 것도 관객들에게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저는 '돌직구'를 날리는 방향으로 극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끝을 내면 관객들은 그 이상을 사고하려 하지 않을테니까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입니다. 최근 일본에선 젊은 세대가 실패를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하지만 인생에선 실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오히려 성공은 드문 일입니다. 실패를 얘기함으로써 실패를 웃어넘기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히키코모리는 실제와 이상의 차이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 2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6/01 11: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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