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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성명' 더든 교수 "아베 美의회연설 책임회피 급급"

"위안부 피해자 생존해 있을 때 위안부 문제 해결해야"오해 소지 있어 한·중 사학자들은 집단성명서 제외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김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일제 과거사 왜곡 드라이브를 비판하는 세계 역사학자 187명의 집단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지난주 미국 의회연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발언을 내놓을지 주시했지만, 오히려 과거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더든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방미 기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 희생자'라고 지칭한데 대해 이같이 밝히고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을 욕되게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이번 성명은 과거 고노 담화 때처럼 아베 정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역사 왜곡이나 정치쟁점화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 호소"라고 규정하고 "위안부 문제는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생존해있을 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스스로 '역사는 역사가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는데, 우리는 그의 말대로 역사가로서의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든 교수는 지난 2월 초 미국 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20명이 발표한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제목의 집단성명도 주도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성명이 지난 2월 초 성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베 총리 미국의회 연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총리 미국의회 연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번 성명은 미국에 근거한 소규모 역사학자 그룹의 강력한 정서를 반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성명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일본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그때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다.

이번 성명은 일본 내에서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일부 정치인들과 여론주도층에 의해 공개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데 대한 집단적이고 깊은 우려를 보여주는 게 주된 목적이다. 특히 아베 정권에 의해 학술활동이 제약받는 일본 동료들에게 우리의 단결과 우려를 보내려는 명시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지금 20세기 과거사를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세탁하려는 국가적 담론에 꿰어맞추는데 사로잡혀 있다. 그런 아베 정권에게 과거 고노 담화 때처럼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역사 왜곡이나 정치쟁점화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 호소를 보낸 것이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면면들이 중량감이 있다. 언제 성명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했나.

▲이번 성명의 초안은 지난 3월 시카고에서 개최된 아시아연구협회 연차총회의 공개포럼에서 마련됐다. 당시 포럼에 참여했던 30여 명은 일본 정부에게 공개적인 호소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방미가 끝날 때까지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아베 총리가 우리가 원하는 발언, 즉 일본 정부가 끔찍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거나 더 이상의 왜곡이나 얼버무리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책임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데 급급했고 나아가 희생자들을 욕되게 하려고 했다.

최종적으로 공개서한 형태로 성명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유럽과 호주 등 전 세계의 동료들과 연계했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어 제외했고 이번 성명을 지지한 수백 명의 소장파 학자들도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이번 성명은 (주류에서) 고립되거나 주변부적인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일본 밖에서 일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전 세계 역사학자들의 광범위하고 집단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성명을 '일본 때리기'나 반일(反日) 행위로 봐서는 안된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끔찍한 역사의 희생자들을 존엄하게 만드는 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성명을 만든 것이다. 성명에 참여한 학자의 상당수는 가족이 일본인이거나 일본에 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주 방미 기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 희생자'라고 지칭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총리가 (주체와 목적을) 거두절미하고 '인신매매'라고만 표현한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나아가 희생자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성명은 일본군이 일제 식민지 또는 점령지에서 위협이나 기만을 통해 희생자들을 강제동원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희생자들을 위안소에 가두고 착취한 야만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다시는 성폭력이 전쟁의 무기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번 성명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아베 총리는 스스로 "역사는 역사가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되풀이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역사가로서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20세기의 검증된 역사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왜곡은 국가 미래의 이익에 어긋난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주고 싶다.

--앞으로 어떤 정치적·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나.

▲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치적·외교적 해법이 나오도록 만들 능력은 없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푸는 방법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가까운 시일 내에 또다시 정치적 무기로 이용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달라.

▲읽고, 쓰고, 또 읽겠다. 현재 역사의 희생자와 가해자가 모두 살아있는 만큼 역사를 구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만 맞춰졌던 과거사 문제의 초점이 일제 징용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해 만든 악명높은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rh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5/06 09: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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