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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기대 저버린 아베…한일관계 다시 격랑

아베, 끝내 '과거사 물타기'…관계개선 모색에 찬물정부 외교력 험난한 시험대에…'외교 실패·고립' 비판 거세질 듯
아베 총리, 미 의회 합동연설
아베 총리, 미 의회 합동연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의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제국주의 식민 지배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 등에 대해 분명한 사과 없이 미국에만 고개를 숙이는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의 무대에 섰다.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듣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걸었던 일만의 기대가 결국 물거품으로 끝나면서 한일관계의 거친 풍랑은 적어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29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섰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에도 식민지배와 침략,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역사인식 표명을 끝내 외면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과 제2차 세계대전 70주년을 맞아 최근 반둥회의에 이어 주어졌던 두 번의 과거와의 단절 기회를 애써 무시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일본)는 전쟁(2차 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관점들을 계승하겠다"면서도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표현을 했지만 우리 정부의 기대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반전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채 더욱 차가운 냉기류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안보, 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에서는 협력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아베 총리가 끝내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관계개선을 위한 모멘텀 마련이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확정과 '과거의 적'에서 '부동의 동맹'으로 관계를 재정립한 일본이 미일동맹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마이 웨이' 행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본격적인 대중(對中) 견제에 나선 미국 역시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욱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유엔 안보리 개혁을 통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 자칫 한미관계의 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의 매듭을 풀지 못하면서 그동안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았던 현 정부의 외교력도 근본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서 이는 큰 소용돌이에 직면하고 있다.

미일 밀착강화로 중국과의 대결구도가 증폭되고 있고, 최대 안보 이슈인 북핵문제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 미 의회 합동연설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 미 의회 합동연설 (EPA=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과거가 갈등으로 으르렁거렸던 중일은 '미일 대 중국' 갈등 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근 반둥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등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우리 정부의 '외교 실패', '외교적 고립' 비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우리 정부의 대일, 대미 외교 전략부재와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 본격적 수정 목소리를 낼 태세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28일 "이런 견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제로섬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연설에서 관계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아베 총리의 한마디에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과거사 문제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경각심'도 키웠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면서 "정부로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안보, 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에서는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월로 예상되는 종전 70주년 연설(일명 아베 담화)를 반전의 계기로 삼을 것을 보인다.

과거사를 사죄하기에는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가 갖는 상징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반둥연설과 미 의회연설을 외면한 상태에서 아베 담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요원한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정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관계개선 돌파구 마련을 위한 시도를 계속할 전망이다.

국장급에서 협의가 진행 중인 일본군 위안부 협상의 진전에 주력하는 한편,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키로 합의한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태도변화를 위한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4/30 00: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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