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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잃은 슬픔과 사회 부조리 담은 '조금씩 도둑'

소설가 조명숙, 3년 만에 소설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중견 소설가 조명숙이 네 번째 소설집을 냈다. 2012년 '댄싱 맘' 이후 3년 만이다.

새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는 그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단편소설 9편이 실렸다.

표제작인 '조금씩 도둑'은 어려서부터 친구인 세 소녀가 마흔을 전후한 나이가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젊은 시절 한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가 중절 수술을 받고, 자궁 적출까지 하며 몸이 망가진 띠띠는 언젠가부터 친구인 피융에게 동성애의 마음을 느낀다.

피융은 괜찮은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불구가 됐다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띠띠는 피융 옆에 있어주면서 조금씩 피융의 마음을 훔쳐낸다.

또 다른 친구 바바는 떠돌이 가수를 남편으로 맞아 돼지국밥 장사로 연명한다.

표제 작품은 세 여성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지만, 이 외에 책에 실린 대부분의 소설은 한국의 여러 굵직한 사건과 연관돼 있다. 특히 '점심의 종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생각하며 썼다.

가족 잃은 슬픔과 사회 부조리 담은 '조금씩 도둑' - 2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음식점에서 만난 조명숙 작가는 "작가로서 사회에 냉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적 문제를 완전히 작품 전면에 내놓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짧은 글이라도 써서 SNS에 올리고 털어버리면 좋을 텐데, 소설가라 그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고민하던 작가가 실제 사건을 작품에 담는 데 쓴 비법은 '왜곡'이다. 조 작가는 영감을 얻은 사회적 사건이 일어나면 적어도 1년, 길게는 5년이 지나고 기억의 실체가 흐릿해졌을 때, 자기 방식으로 다시 그 때를 회상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이런 방식으로 '거기 없는 당신'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촛불시위를 하는 남편을 찾는 여자의 우울한 일상을 그렸다. '가가의 토요일'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둘러싼 사회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충격만큼은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점심의 종류'는 참사 5개월이 지나기 전에 썼다. 그마저도 차마 사고 직후의 처참함을 담을 수 없어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고 썼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 대부분이 사건 당시나 직후를 담고 있어 저는 새로운 방식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참사 자체를 다루기 괴로웠던 점도 있었고요."

'러닝 맨'에는 지난해 여동생을 폐암으로 잃은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아픔이 담겼다. 책 속에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아버지는 딸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한겨울 거리를 옷을 벗고 달린다.

조 작가는 이 소설을 줄 한 번 바꾸지 않고 뱉어내듯 써내려갔다. "너무 힘들어서, 내가 힘들어서 읽는 사람도 같이 아파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책 속 작가의 말에서 그는 "지극한 고통엔 섣부른 위로보다 또 다른 고통이 약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여기 적어둔다"고 했다.

산지니. 244쪽. 1만3천원.

가족 잃은 슬픔과 사회 부조리 담은 '조금씩 도둑' - 3

hye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4/15 08: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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