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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 속 공포의 23시간"…튀니지 테러 생존자 증언

송고시간2015-03-21 08:14

생생한 핏자국에선 아직도 비명이 들리는 듯
(AP=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바르도 국립박물관 테러 현장에 남아있는 핏자국 위에 19일(현지시간) 한 남자가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marshal@yna.co.kr

생생한 핏자국에선 아직도 비명이 들리는 듯

(AP=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바르도 국립박물관 테러 현장에 남아있는 핏자국 위에 19일(현지시간) 한 남자가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marsha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평일이었던 지난 18일(현지시간) 점심 무렵, 여유롭게 견학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튀니지의 바르도 박물관에 총성이 울려 퍼지면서 박물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어느 방향으로 도망쳤느냐, 어디에 숨어 있었느냐에 따라 함께 온 관광객 중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니지 총격 테러의 생존자들은 20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스페인에서 온 후안 카를로스 산체스와 크리스티나 루비오 올트라 부부는 당시 총성을 듣고는 박물관 내 가게 찬장에 숨어들었다고 신화 통신은 보도했다.

이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폭발음, 발소리를 들으며 비좁고 어두운 찬장 속에서 23시간 동안이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숨은 곳을 들킬까 봐 휴대전화도 꺼뒀다.

경찰 진압으로 테러 상황이 곧 종결되었음에도 이들이 하루 가까이 갇혀 있었던 것은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아랍어여서 뜻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의 아버지 다비드는 "그들은 말하는 사람이 테러범인지, 경찰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며 "그들은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고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에 말했다.

더군다나 이달 8일 결혼한 이들 부부에게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크리스티나의 뱃속에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의해 발견된 이들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뱃속 아이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드 아이디 튀니지 보건장관은 이 부부가 20일 스페인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 이름붙이기로 했다고 지역 라디오에 말했다.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지오바나 곤잘레스(46)는 남편과 함께 결혼 25주년 크루즈 여행으로 튀니지를 방문했다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경험을 했다.

지오바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박물관 투어를 끝마치며 화장실을 다녀온 순간 테러범들이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성이 들리자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다. 박물관에 숨을 곳은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가느다란 기둥 뒤에 몸을 움츠려 숨었고 어떤 사람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지오바나와 그녀의 남편 엑토르는 한 곳에 숨었다가 총성이 가까워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몸을 피했다.

도망치다 남편과도 떨어지게 된 지오바나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살아남은 지오바나는 크루즈로 돌아간 뒤 그날 자신과 함께 관광버스로 돌아다닌 40명의 관광객 중 7명이 숨진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눈을 감으면 총소리가 들린다"며 "집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 희생자들은 대부분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사망자들의 국적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스페인, 호주, 콜롬비아, 벨기에 등으로 다양하다. 튀니지 정부는 사망자 23명 중 17명은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이라고 밝혔다.

테러범 2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으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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