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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상상과 사유는 한몸…박력 넘치는 소설 쓸 것"

두 번째 소설집 '국경시장'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김성중(40)의 소설집 '국경시장'은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만월에 개장하는 '국경시장'에서 기억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서글픈 사연이 이어지고(국경시장), 천재가 되고자 치사율 100%의 전염병 '쿠문'에 자발적으로 걸리기도 하며(쿠문), 킹 코브라를 화자로 내세워 동물들의 욕망을 엿보기도 한다(동족). '관념 잼'에서는 주인공 '나'가 아예 유리병으로 변신해 사색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리저리 뒤튼 서사는 계속해서 독자를 배신하고, 소설 속 인물은 잘 잡히지 않는 상상의 우주 속으로 날아간다.

김성중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삐를 최대한 잡지 않고 캐릭터들이 활개칠 수 있도록 내버려뒀다. 인물들이 말하려는 걸 들으려고 노력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김성중 "상상과 사유는 한몸…박력 넘치는 소설 쓸 것"1

김성중은 소설가치고 꽤 늦은 나이인 33세에 데뷔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이제는 폐간된 몇몇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자서전, 게임 작가 등을 전전하던 중 단편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가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데뷔는 늦었지만 이후 행보는 문단의 주목을 끌만했다. 2010년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을 비롯해 2010~2012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3회 연속 수상하며 문학동네 작가상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2011년 발표한 첫 소설집 '개그맨'도 "허공의 만화경"(우찬제), "난만하게 피어버린 꽃밭을 뛰어가는 카멜레온처럼 재빠르게 변하는 작가의 상상력"(서희원) 등 평단의 상찬을 이끌어냈다.

그의 전매특허랄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상상력"은 두 번째 소설집에서 더욱 진일보했다. 천 일 동안 계속되는 '아라비아 나이트' 같은 이야기가 여전하면서도 형식적 실험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된 '에바와 아그네스'는 상실감을 느낀 두 친구가 최초로 만나는 순간을 향해 이야기가 가파르게 진행하고, '필멸'은 소설의 세기였던 19세기 문학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주인공 이름부터가 앙투안인 이 소설은 남루하고, 성공지향적인 주인공과 냉소와 염세적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러시아의 사실주의 소설이 떠오른다.

그는 "첫 책을 내고 '상상' '기발함' '환상'이라는 태그가 달렸다. 내게 '상상한다'는 건 '사유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사유하는 방식이 상상인 거다. 굳이 나누자면 사유의 관점에서 첫 번째 책보다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유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사유는 삼엄한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 인물들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 쉽게 상처입는다. 모차르트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살리에르일 수밖에 없는 '쿠문'의 주인공,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참을 수 없이 지겨움을 느낀" '관념 잼'의 주인공, 일반 직장인의 삶에서 후퇴한 '국경시장'의 떠돌이들…

한국식 '마술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김성중은 "18~19세기로 대변되는 서사가 큰 문학을 늘 동경해왔다. 박력 넘치는 서사의 시대였다. 다만, 이번 두번 째 소설집의 인물들이 그렇게 박력이 넘치는 것 같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런 박력 넘치는 문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지금은 파편화된 시대지만 이 시대에 걸맞게 질문하면 된다. 시대가 다르기에 19세기 같은 사실주의적 데생은 어렵겠지만 주제의 사이즈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중 "상상과 사유는 한몸…박력 넘치는 소설 쓸 것"2

예로부터 시대가 좋은 작가들을 만들어왔다. 현대는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인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시대는 점점 어둠으로 치닫지만, 역설적으로 작가들이 '걸작'을 남길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쓸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인간성 자체에 대한 도전 같은 게 오고 있다. 삶은 위태해진다. 누군가, 굉장한 작가들이 위대한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재능이 없어 늘 야근하듯 글을 써야 하는 나 같은 작가들이 봐도 지금은 중요한 작가들이 나올 시기다. 이 시대가 작가들을 밀어낼 것이다."

그는 올가을부터 계간지에 첫 장편 소설을 연재할 예정이다. 첫 번째 소설집에 수록된 '허공의 아이들'과 이번 소설집에 실린 '국경시장'의 이야기를 확장한 서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중은 "드디어 박력 넘치는 모험소설을 써보고자 한다.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이야기다. 지금부터 소설을 쓸 몸을 만들어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16 23: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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