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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황산테러 재정신청 기각…공소시효 논란 재점화>

법조계 "흉악범죄 세월 지나도 범인 밝혀내고 처벌해야"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으로 숨진 김태완군의 아버지 김동규씨가 지난해 7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진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으로 숨진 김태완군의 아버지 김동규씨가 지난해 7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진실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DB>>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법원이 3일 황산테러 피해아동 김태완(사망 당시 6세)군 부모가 낸 재정신청을 기각하면서 용의자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태완군 부모의 실낱같은 희망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법조계 등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 상대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 3도 화상…온몸 붕대 감고 49일 사투 끝에 숨져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가 발생한 것은 1999년 5월 20일.

동구 효목동의 골목길에서 학습지 공부를 하러 가던 태완군을 상대로 괴한이 범행을 저질렀다.

김군의 입을 강제로 벌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78% 고농도 황산을 입안과 온몸에 쏟아부었다.

전신에 3도 중화상을 입고 시력마저 잃은 김군은 패혈증 등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사건 발생 49일 만인 그해 7월 8일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이 사건을 상해치사로 판단해 수사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해 2005년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잊히는 듯 했던 이 사건은 유족과 대구참여연대가 2013년 11월 말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수사 재개로 이어졌다.

경찰은 과거 수사기록을 재검토하고 추가 조사를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경찰은 그동안 피해아동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 주민 A씨를 7차례 소환해 조사하고 거짓말탐지기도 2차례 사용했지만,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뒤늦게나마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공소시효를 부분 연장했다.

피해아동 측 박경로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초기에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변호사는 재정신청과 관련해서는 "진작 수사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원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다루는 상황 자체가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 재정신청 재판부, 이례적으로 두 차례 참고인 심문

대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피해자 김태완(당시 6살)군의 부모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DB>>
대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피해자 김태완(당시 6살)군의 부모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DB>>

경찰에 이어 검찰도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데 대해 태완군 부모가 공소시효 만료를 사흘 앞둔 지난해 7월 4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법원이 가려달라며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내면서 '공'이 법원으로 넘겨졌다.

재정신청 사건은 통상적으로 기존 검·경 수사기록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결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참고인 심문을 했다.

재판부는 작년 9월 16일 첫 심문에선 태완군 부모를 상대로 태완군이 황산테러를 당했을 당시 주변 상황과 태완군의 병원 이송과정 등에 대해 물었다.

또 지난해 12월 24일 두 번째 심문에서는 사건 당시 현장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태완군의 청각장애인 친구 L군의 특수학교 교사를 불러 골목길에서 용의자를 봤다는 취지의 L군 몸짓 진술 등의 신빙성을 점검했다.

태완군 부모는 재정신청 기간 자신들이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 주민 A씨의 신발 등에 대한 사건 초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황산반응 분석자료에 대한 재검증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국과수 측은 지난달 13일 사실조회 회신에서 황산이 묻은 옷과 함께 전달된 신발을 대상으로 황산반응을 측정했기 때문에 용의자가 당일 황산에 직접 접촉했는지 아니면 간접 접촉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 발생 뒤 태완군을 안고 처음 병원으로 옮긴 사람이어서 이 과정에서 황산에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동안 수사 기관의 판단이었다.

◇ 공소시효 논란…"흉악 범죄 공소시효 배제해야"

이번 재정신청 기각으로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태완군 부모가 재정신청 기각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하면 A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계속 정지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공소시효는 지난해 7월 7일 자정으로 이미 만료됐다.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에 대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실체적인 심판 없이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 뒤늦게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2007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피해아동 측 박경로 변호사는 "살인죄 등은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대구 황산테러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등과 같은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배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사건은 세월이 얼마나 흐르느냐에 관계없이 범인을 밝혀내고 처벌해야 할 범죄가 아니냐"고도 반문했다.

tjd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2/03 15: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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