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드리워진 '갑질'의 그늘

송고시간2015-01-21 05:31

현대화사업 마친 전통시장 점주, 건물주 임대료 갑질로 극단 선택지자체 "건물이 사유 재산이라 제재할 근거 없어"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둔 채 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둔 채 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이정현 기자 = 정초인 지난 6일 새벽 서울 구로구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서 상인 A(42·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남편 B(44)씨는 부부싸움을 한 뒤 사라진 아내를 찾으려 자신의 점포에 갔다가 차가운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21일 주변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점포 임대료 때문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건물주가 찾아와 270만원인 월 임대료를 3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

부부는 남편 B씨가 명예퇴직을 하고 나서 생계를 이을 방법을 찾다 작년 추석 무렵 이 점포를 열었지만 한 평 남짓한 크기밖에 되지 않는 점포의 월 임대료가 270만원이나 돼 이미 허덕이고 있는 상태였다.

가뜩이나 비싼 임대료 문제로 잦은 부부싸움을 하던 부부는 임대료를 올려주는 문제 때문에 더 다툼이 심해졌고, A씨가 숨진 그날 당시의 싸움도 임대료 문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상인은 "그 점포의 위치와 규모를 생각했을 때 임대료는 최대 150만원이 합리적인데 임대료가 너무 높게 책정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시장 점포의 임대료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 2013년 이후 치솟았고, 이런 임대료 상승은 이들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또 다른 상인 C(58)씨는 "건물주가 200만원이었던 월세를 하루아침에 33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면서 "장사를 포기할 수도 없어 권리금도 포기하고 같은 시장 안에서 그나마 임대료가 더 싼 다른 건물로 급히 옮겼다"고 치를 떨었다.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이란 대형마트의 공세와 소비자의 외면으로 어려움에 빠진 시장을 현대화해 궁극적으로 시장 상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다.

이 시장도 지난 2012년부터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을 시작했다. 천장을 설치하고 통행로를 넓히는 한편 간판을 정비하는 정도의 개량 사업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결국 시장 현대화 사업이 목적과는 달리 건물주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기회를 제공했고, 건물주들의 '갑질'에 힘없는 상인들만 쪼들리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임대료 갑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점포가 개인 재산이라 손을 쓸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장 상인과 건물 소유주 대표에게 동의서를 받을 때 반드시 수년간 임대료 동결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사유 재산이라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제재할 근거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이 많다 보니 개별 시장의 임대료 상승 문제를 일일이 챙길 수는 없다"며 "이와 같은 갈등이 있을 때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서 상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현대화 사업의 장점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건물주의 횡포라는 그늘도 있음을 인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현대화 사업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건물주 배만 불리는 현재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서울시 등 지자체는 사업의 부정적인 면을 인지하고 법률상담소나 시장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상인 권익보호를 위한 별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vs2@yna.co.kr, lis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