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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갈등 9년…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실태조사

제주도 차원서 첫 시행…고위험군 치료 나설 계획
연말 완공 앞둔 해군기지 공사현장
연말 완공 앞둔 해군기지 공사현장(서귀포=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에 진행 중인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 해군은 대부분의 건물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내·외장 공사 등을 남겨놓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공사로 9년째 찬·반 갈등이 이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가 진행된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상황이 지속된 데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군 당국 등을 상대로 오랜 기간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체포와 연행 등을 당하기도 해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마을 주민의 동의를 받아 늦어도 2월부터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맡겨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에 사는 20세 이상 주민 1천539명(남자 748명·여자 791명·2014년 12월 31일 기준)이다.

해군기지 갈등 9년…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실태조사 - 2

실태조사는 조사자가 강정마을에 있는 모든 가구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조사에 대한 동의를 다시 한 번 받고 설문지를 통해 해군기지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실태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는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신센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정마을 주민들 가운데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선별, 정신과전문의 진료 및 진료비 지원 등 본격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도는 정기적 전화상담과 재평가를 통한 지속적 관찰, 치유상담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도가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추진하는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과 함께 지금까지 이어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해석된다.

도는 12일 담당 공무원 10여명을 강정마을로 보내 주민들에게 실태조사와 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강정마을회는 이번 달 안에 20여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조사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키로 했다.

해군기지 군 관사 농성천막
해군기지 군 관사 농성천막(서귀포=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군 관사 건립 공사 현장에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80일째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이번 정신건강실태조사가 자칫 해군기지 갈등 초반 이뤄진 거짓 주민설문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우려를 하게 되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순수하게 진행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은 지난 2007년 4월 윤태정 당시 강정마을회장 등 일부 주민이 "도민사회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은 즉각 들고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 측 주민들은 찬성자 중심으로 정족수(51명)만 겨우 채운 총회에서 마을의 중대사안을 결정해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물어 마을회 임시총회에서 주민투표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마을회장으로 강동균씨를 선출했다.

이어 강동균 마을회장이 해군기지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 결과 반대 680표, 찬성 36표가 나와 마을회는 '해군기지 반대'로 입장을 모은다.

결국 강정마을은 기지 건설 찬성과 반대쪽으로 갈라져 갈등이 깊어만 갔고 9년째 전쟁 아닌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군기지 갈등 9년…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실태조사 - 4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친지나 가족 간에도 찬·반이 나뉘어 명절이나 제사를 따로 지내는 등 서로 반목이 심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법무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13년 11월 6일까지 해군기지 반대운동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연인원 66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5명은 구속, 395명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119명은 약식기소됐다. 이 가운데 204명이 실형(1명)·집행유예(30명)·벌금형(173명) 등으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벌금은 3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체포·연행과 몸싸움으로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제주지역 주간지인 서귀포신문이 지난 2009년 9월 강정 주민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 주민 10명 중 4∼5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40%가 넘었고, '적대감' 증세를 보인 주민이 57%를 차지했다. 우울(53.1%), 불안(51%), 강박(50%) 증상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2년에는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가 강정마을 주민 99명과 자원활동가 2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우울증을 겪는 주민의 비율이 38.8%로 가장 높았고, 강박증(33.7%), 불안증세(33.7%), 정신증(29.6%), 신체화 증상(28.6%), 공포·불안(25.5%), 적대감(24.5%) 순으로 조사됐다.

b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1/13 14: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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