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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보컬 이현섭 "신해철 형 요즘도 꿈에 나타나요"

신해철이 뽑은 트윈 보컬…"형은 인생 멘토, 평생같이 음악하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이 마지막까지 애착을 갖고 작업한 건 밴드 넥스트의 새 앨범이었다.

그는 올해 6년 만에 넥스트를 재결성하며 '넥스트 유나이티드'(NEXT.Utd.)로 이름을 바꾸고 밴드의 활동 방향에 변화를 줬다. 오케스트라 시스템처럼 기타리스트 정기송을 전체 밴드를 조율하는 수석으로 하고 악기 파트 별로 여러 연주자를 뒀다.

이 과정에서 신해철은 밴드 노바소닉 출신 이현섭을 자신과 함께 노래할 '트윈 보컬'로 영입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동될 밴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리더를 잃었다. 그가 생전 만들던 넥스트의 곡은 유작이 됐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이현섭(36)은 "(신)해철 형은 제가 포기하려던 음악의 끈을 이어가도록 해준 뮤지션이자 대인관계, 가족의 소중함 등을 일깨워준 인생 멘토였고 술 한잔 마시는 동네 형이었다"며 여전히 그의 부재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넥스트 보컬 이현섭 "신해철 형 요즘도 꿈에 나타나요" - 2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12년 가을이었다. 과거 넥스트 멤버였던 노바소닉의 베이시스트 김영석이 어느 날 이현섭에게 연락해 "해철이 형이 분당 인근 후배의 작업실을 쓰고 싶어한다"며 그의 작업실을 써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후 신해철은 이 작업실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과 넥스트의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이현섭을 지켜본 신해철은 지난해 초 그에게 "넥스트의 트윈 보컬로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작업실에서 제가 넥스트의 신곡 가이드 녹음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런 제안을 하셨죠. 무조건 '오케이'였어요. '평생 형이랑 음악 하고 싶다'고 했죠. 대신 형에게 '약속 하나 해달라. (밴드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갈 테니 억지로 부담을 안고 절 데리고 있을 필요 없다. 믿고 의지하고 따를 테니 언제라도 편안하게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이현섭이 이처럼 신해철에게 깊은 믿음이 생긴 건 음악인으로서 자신을 알아봐 줬기 때문이다. 이현섭은 1999년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로 데뷔해 솔로로 앨범을 냈고 노바소닉의 4·5집에 보컬로 참여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삽입곡 '마이 러브'(My Love)가 대중이 기억하는 대표곡이다.

신해철은 그의 노래를 듣고서 "너의 목소리에 맞는 솔로 곡을 만들어 언젠가 앨범 프로듀싱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데뷔 이후 15년간 노래하면서 제 목소리에 맞는 곡을 받아본 적이 없어 감동이었죠. 2년 전 음악을 그만두려 했는데 형이 '넌 중고 음역대의 소리가 무척 좋다'고 칭찬해줘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때 형이 '넌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음악을 그만두려 했죠."

이달 중순 발표될 넥스트의 베스트 앨범에는 '아임 소 슬로우'(I'm So Slow), '리얼 월드'(Real World), '아이 원트 잇 올'(I Want It All) 등 신해철이 작업한 신곡 3곡을 비롯해 넥스트의 대표곡이 수록된다.

오는 15일 먼저 공개될 '아임 소 슬로우'는 사실 신해철이 이현섭을 위해 만들어 준 솔로곡이다.

'리얼 월드'는 신해철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조카를 보면서 쓴 곡이다. 사회에 첫 걸음을 떼는 친구들에게 '이제 너만의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모든 게 너의 손안에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따뜻한 록이다.

반면 지난 9월 데모 버전이 공개된 '아이 원트 잇 올'은 장엄한 연주가 인상적인 록으로 두 보컬이 조화를 이뤘다.

이현섭은 "형이 작사·작곡한 10곡가량의 넥스트 신곡은 같이 노래한 게 90%"라며 "그러나 100% 완성된 곡이 적어 나머지 작업을 넥스트 멤버들과 하고 있다.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고 차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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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신해철과 동고동락한 이현섭은 신해철에 대한 기억도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본 건 신해철이 장협착 수술을 받은 다음 날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다.

그는 "형이 '큰 수술이 아니니 걱정 말라'며 다음 날 퇴원한다고 했다"며 "그러면서도 아파했는데 수면 유도제를 맞고 주무시더라. 며칠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해 달려갔는데 믿기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도 '형은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어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목이 메었다.

"형의 빈 자리가 실감나지 않아 처음엔 눈물도 안 났어요. 그런데 유골함을 들고 분당 작업실로 가 형이 앉은 안마 의자, 소파를 둘러보고, 형의 집으로 가 침대, 서재의 책상, 둘이서 함께 고기를 굽던 정원을 바라보니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어요. 형이 인생 선배로서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스쳐갔어요."

이현섭은 신해철의 집에도 곧잘 들러 신해철의 두 아이와 온몸으로 놀아주며 살가운 삼촌 조카 사이로 지냈다.

그는 "올여름 중국집에서 밥을 먹는데 형이 갑자기 '현섭아,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나 죽으면 애들 둘 네가 책임져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며 "'당연한 얘기죠. 건강한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그냥'이라고만 했다. 아마 산도둑처럼 생긴 내가 애들과 스스럼없이 놀아주는 모습이 좋아 보였나 보다. 이상하게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고 말했다.

그는 신해철의 죽음 이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매일 술을 마셨다고 했다. 신해철이 없는 상황에서 넥스트의 보컬로 활동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과 중압감도 밀려왔다. 당장 오는 27일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리는 넥스트 콘서트(부제: 민물장어의 꿈)에 넥스트를 거쳐 간 멤버들과 추모 무대에 오른다.

그는 "넥스트의 영원한 리더이자 보컬은 해철 형인데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넥스트를 사랑해준 팬들에겐 내가 낯설 것이니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고 내가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3주간 매일 술을 마셨다. 확실한 건 내가 밴드의 보컬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형의 자리는 늘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꿈에 신해철이 나타난다고 했다.

"꿈에서 형이 외모가 절정이던 앳된 얼굴에 노란색 옷을 입은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있어요. 작업실에 갔더니 의자에 앉아 있더군요. '나 사실 안 죽었지롱.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고 평소처럼 아이같이 말해 기뻐서 껴안고 울었어요. 그러고는 신나게 음악 작업을 했죠. 또 하루는 꿈에서 술을 먹는 제게 '이럴 때냐'고 정신이 번쩍 들게 호통을 치더군요. 날마다 형을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그는 "형은 나의 음악적인 보호자이자 부모님 같은 존재였다"며 "이제 보듬어줄 사람이 없어져 덩그러니 사막에 혼자 떨어진 느낌이다. 넥스트 멤버들과 공연과 앨범을 준비하며 결정할 부분이 많은데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공허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넥스트 콘서트는 신해철이 고대하던 무대였던 만큼 형에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형이 '넥스트 공연 때 완전 멋있게 해보자'고 말하곤 했어요. 형과 같이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겁니다. 꿈에서라도 형에게 칭찬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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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12/01 07: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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