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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기행2' 펴낸 공지영 "아픈 이들에 보내는 위로"

성령체험 담긴 영적 고백록…"수도원은 우리가 지향할 인간적 공동체"
'수도원 기행2' 펴낸 공지영
'수도원 기행2' 펴낸 공지영
(서울=연합뉴스) 작가 공지영(51)이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11년부터 3년간 국내외 수도원 11곳을 둘러본 내용을 담은 '수도원 기행2'(분도출판사)를 설명하고 있다. 2014.11.26 <<분도출판사 제공>>
k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알고 보니 공지영이 이상한 여자였다고 손가락질 받을 각오를 하고 쓴 겁니다."

작가 공지영(51)은 27년간 학생운동, 노동운동, 페미니즘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뤄 온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로 꼽힌다.

그런 그가 신비하고 환상적인 성령체험을 비롯한 내밀한 영적 고백을 담은 책을 펴냈다. 2011년부터 3년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비롯해 국내외 수도원 11곳을 둘러본 얘기를 담은 '수도원 기행2'(분도출판사)다.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공지영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나같이 힘든 사람도 잘살고 있다고 위로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고통받는 분들을 가슴에 담고 썼습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신앙과 고통 상담을 요청해 오는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답을 해 드릴 수가 없어요. 책으로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공 작가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동네 성당의 새벽 미사에 나간다. 자녀들을 위해 촛불을 켜놓고 아침기도를 할 때 기도를 부탁한 사람들의 기도도 같이 한다. 기도 때 부르는 이름이 열 명을 훌쩍 넘는다.

"고통을 호소하면서 자살하겠다는 분들도 한둘이 아녜요. 상담할 여건이 못되니 기도를 해주겠다고 약속하다 보니 어느새 숫자가 많이 늘었어요. 편안해지면 꼭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죠. 부를 이름이 많아서 하나라도 빼야 하니까요."

기도해 주겠다는 말만 해 줘도 치유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두 달 뒤에 굉장히 좋아졌다는 내용의 편지가 많이 날아온다.

공 작가는 책에서 그동안 숨겨뒀던 13년 전의 초과학적인 성령체험도 소개한다. 독일에서 머물던 2002년 어느 날 쾰른 수도원 피정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도가 다 끝나기도 전에 세찬 바람이, 내 평생 두 번 다시 못 느낀 정말 세찬 바람이 정수리 한가운데로부터 꽂혀 들어와 등골을 타고 쭉 내려와서는 단전 어디쯤에서 유턴을 하더니 휘익 하는 느낌과 함께 내 오른쪽 빗장뼈 쪽으로 빠져나갔다."

세찬 바람을 몸속에서 느껴보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그것이 빗장뼈 쪽으로 빠져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만큼 통증을 느꼈다.

그 바람은 단전쯤에서 유턴을 한 후 오른쪽 몸을 훑으며 솟구쳐 올랐는데, 간이 있는 곳쯤에서 검지만 한 검댕을 하나 파냈고 그것을 품은 채 오른쪽 빗장뼈 쪽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지난해 안 일이지만, 이때 자신의 몸이 붕 날아서 뒤로 나가떨어졌다고 한다.

"그 검댕의 이름은 내가 전 남편에게 두고 온 딸에 대한 나의 기억, 내 상처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수도원 기행2' 펴낸 공지영
'수도원 기행2' 펴낸 공지영(서울=연합뉴스) 작가 공지영(51)이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11년부터 3년간 국내외 수도원 11곳을 둘러본 내용을 담은 '수도원 기행2'(분도출판사)를 설명하고 있다. 2014.11.26 << 분도출판사 제공 >>
photo@yna.co.kr

스위스에 사는 선배 언니의 기이한 체험담도 소개돼 있다. 열네 살 난 아들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잃었는데 남편이 종교적 체험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죽은 아이도 만났다는 얘기다.

"예전에 책을 쓸 때는 과학이나 이성의 법칙이 아닌 내용을 쓰는 거를 두려워했어요. 초자연적, 초과학적 체험을 묘사하는 게 처음인데 앞으로는 우리 삶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영혼이란 단어가 작품 속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통해 가장 위로하고 싶은 이들은 세월호 유족들이다.

"독립해서 사는 딸이 세월호 참사 때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신부님이 신앙인이라면 죽는다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해서 상처받으려고 했는데, 신부님의 하나뿐인 조카가 그 배 안에 타고 있다는 거예요."

그때 오랜 진통 끝에 태어난 작가 자신의 얘기를 딸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아기가 편안한 자궁에 있다가 몇시간 동안 산도(産道) 속에 갇히면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태어나면 출생의 기쁨을 축하할 뿐 그 시간을 생각하며 울진 않죠. 마찬가지로 죽음도 하늘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난산의 과정이라고 얘기해줬더니 적잖이 위로가 된 모양이에요."

공 작가는 수도원을 "공산주의가 잘 실현된 곳", "천국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시절 꿈꾸던 혁명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수도원에 가보니 다들 잘 먹고 잘 살더라고요. 누구 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 이런 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공산주의라는 것도 능력껏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거잖아요."

수도원이 공산주의 이상향 같다는 작가에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자치수도원 원장)는 "우리가 공산주의를 닮은 게 아니고, 마르크스가 수도원에서 자신의 이상향 모델을 차용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 사회가 지향할 인간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수도원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마리아'란 세례명을 가진 공 작가는 학창시절 가난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 도와주는 가톨릭 '포콜라레 운동'을 했다. 고3 대입시험 직전까지도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성당과 빈민촌에서 보냈다.

그는 "예전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 막시즘이 이미 그 봉사활동 안에 녹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 활동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한국전쟁 중 흥남철수 작전 때 1만4천 명의 생명을 살리고 종적을 감췄던 '메러디스 빅토리아호' 선장 레너드 라루가 수사로 지냈던 미국 뉴튼의 세인트 폴 수도원, 안젤름 그륀 신부가 있는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 독일 상트 오틸리엔 대수도원 등의 탐방기도 실렸다.

공 작가는 "수사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육체노동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모습에서 굉장히 건강한 분위기를 느꼈다. 수도원을 돌아보면서 물질의 잉여와 편중된 부가 인간과 제국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11/26 16: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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