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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밖 사람들> '은밀하게 위대하게'…개콘 이태선밴드

송고시간2014-10-20 07:00

KBS '개그콘서트' 첫방송부터 15년째 현장음악…"이젠 박수 유도에 소품 지원까지""'대박' 코너, 리허설만 봐도 알아…'개콘'과 운명 같이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우리에게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참 깔깔대게 하다가 문득, 주말이 속절없이 끝났음을 일깨워주는 '개콘'은 이제 단순히 장수 프로그램을 넘어 일요일 밤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오늘의 '개콘'은 개그맨들의 공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개콘'에는 1999년 9월 첫방송부터 현장음악을 담당해 온 '이태선 밴드'가 있다. 혹자는 주무대 옆 6평 남짓한 보조무대를 지키는 이들을 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개콘'에서 살아남은 진짜 승자"라고 말한다.

파릇파릇한 한창때부터 '개콘'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어느새 불혹과 지천명을 넘긴 '이태선 밴드'를 최근 서울 여의도의 KBS 신관 공개홀에서 만났다.

'개콘' 녹화날인 매주 수요일은 밴드 마스터인 이태선(기타)을 비롯해 홍필선(기타), 이필원(베이스), 정영아(키보드), 이유희(키보드), 은성태(드럼) 등 멤버 여섯 명이 일주일 만에 만나는 날이다.

이들은 오후 5시30분께 출연자 대기실에 속속 도착한 다음, 공개홀 보조무대로 이동해 각 코너를 잇는 짤막한 연주곡들을 한데 모아 10여 분간 연습한다.

어떤 유쾌한 연주가 홀을 채워도 현장에서 녹화를 준비하는 누구도 특별히 눈길을 주지 않는다. 첫방송부터 벌써 15년째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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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이 벌써 15년을 맞았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감회가 깊어요. 제작진이나 개그맨과 정말 오랜 시간을 같이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정말 잘 알아요. 우리도, 그들도 오랫동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이태선(54) 씨의 말을 '이태선 밴드'의 마스코트랄 수 있는 이유희(42) 씨가 받았다.

"1999년 시작할 때는 방송 50회를 예상한다고들 했어요. 50회를 넘기고 나서는 찬 바람 불고 예쁜 꽃 필 때마다 계속 걱정했죠.(웃음) 프로그램 개편 시기니깐요. 5~6년 지나고서는 계속 방송되나 보다, 하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왔네요."

연습 후 구내식당에서 든든한 저녁을 먹고 돌아오면 녹화가 시작된다.

개그 연기가 끝나면 연주가 이어지고 다음 코너를 위한 무대 전환이 순식간에 진행된다. 개그 연기가 끝나고 무대 전환이 이뤄지는 시간에 음악이 연주되던 초창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초창기에는 하드록 밴드 등 강렬한 음악을 편곡, 연주했으나 이제는 멤버들의 자작곡들로 많이 채우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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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밴드'는 2~3개월마다 멤버들 각자가 두세 개씩 만들어온 곡 중 연주곡을 골라낸다. 그렇게 선정된 곡이라도 막상 리허설 연주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쳐 두고 다른 곡을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곡 자원이 풍부하다고.

짧디 짤막한 곡들의 조합이지만 같은 업에 종사하는 주변인들의 평가도 귀담아듣고 '개콘'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도 종종 챙겨보면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태선 씨는 건국대 록밴드 '옥슨 80' 출신이다. 1987년 KBS관현악단에 기타 연주자가 없으니 지원해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KBS와 인연을 맺었다.

이태선 씨는 입단 직후 당시 강한 스타일로 기타 연주를 한 것이 나이 지긋한 연주자들이 많았던 KBS관현악단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추억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의 이름을 단 '이태선 밴드'가 만들어진 것은 1990년이다. '이태선 밴드'는 케이블 방송사들이 한창 문을 연 1995년 사표를 냈지만 전후로 '청춘스케치'와 '가요톱10', '열린음악회' '서세원 쇼' 등 각종 프로그램을 거치며 활동의 폭을 넓혔다.

원년 멤버인 정영아(47) 씨를 제외하면 지금의 밴드로 사실상 구성된 것은 '개콘' 방송 1년 전인 1998년이다. 기타 담당만 여러 차례 바뀌었고 홍필선(33) 씨가 합류한 것은 3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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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내공의 '이태선 밴드'는 거의 엔지(NG)를 내는 법이 없지만, 사람의 일인지라 아주 가끔 실수를 하는 적도 있다고 했다.

"한 코너의 개그 연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음악을 이어 붙여야 해요. 그런데 몇 개월 전에 개그 연기가 끝나고 콜이 와서 원-투-셋 했는데 원-투 한 다음 조용하더라고요. 개그가 너무 웃겨서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드럼이 제때 못 들어간 거죠."

그럴 때면 정말 "눈앞이 까맣게 변한다"는 것이 이들 베테랑 음악인의 말이다.

한결같은 유쾌함과 열정으로 버텨온 시간 속에서도 부침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태선 씨는 "'개콘'은 아무래도 개그가 주인 개그 프로그램이지, 음악 프로그램은 아니기에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몇년 전 음악 프로그램에서 같이하자고 우리 밴드에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개콘'과 녹화날이 같았어요. 그래서 음악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할지, 남을지 멤버들과 상의했는데 그때 의견이 둘로 나뉘었죠."

'개콘'이 자리를 잡고 오래 방송될 프로그램이니만큼 남자는 쪽과 좀더 분명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자는 쪽이 맞섰지만 멤버들은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이태선 씨는 "현실적으로 따지면 그때 선택이 옳았다"고 말했다.

"우리 밴드가 '개콘'을 통해서 알려졌잖아요.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좋아해 주기도 해요. 워낙 '개콘'의 인기가 높다 보니 우리에게는 좋은 상황이 됐죠.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좀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요."

멤버들은 대신 음악인으로서의 욕심은 각자 활발한 개인 활동으로 채우고 있다.

이태선 씨는 세한대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유희 씨는 2년 전 디지털 미니앨범 '이유희의 첫 번째 낙서'를 내며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은성태(46) 씨는 부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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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에서 숱한 코너들의 명멸을 지켜봐 온 멤버들은 "대박 나는 코너는 리허설 무대에서부터 성공할지 보인다. '빵' 터지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종종 녹화 현장에서 방청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을 때면 이들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

그런 상황에서 밴드 마스코트인 이유희 씨는 종종 방청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면서 키보드 연주자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고.

주무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유희 씨의 또 다른 역할은 소품 담당이다. 이유희 씨는 가끔 중요한 소품을 깜빡하고 무대에 나선 개그맨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이를 알려주는가 하면 무대 뒤 스태프와의 연락관 노릇도 하고 있다.

숱한 코너가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가 있을 것이다.

2011년 폐지되기 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최장수 코너 '달인'을 꼽은 은성태(46) 씨는 "개그맨들이 제일 고생했던 코너다.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거니와 그걸 개그로 승화시키는 일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정말 훌륭한 코너였다"고 평가했다.

이필원(44) 씨는 '마빡이'의 첫인상이 정말 강렬했다고 했다. '달인' 같은 코너는 코너가 진행되면서 자리를 잡았지만 '마빡이'는 처음부터 큰 충격을 안겨줬다는 설명이다.

음악인들만큼 음악 코너에는 더 눈길이 가는 법이다. 기억에 남는 음악 코너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여러 멤버가 '뮤지컬'을 꼽았다.

지난 20년 가까이 현장 음악의 역사를 만들어 온 이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현장음악의 조건은 무엇일까. "현장 그 자체인 음악",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전체 프로그램과 맞춰 돌아가는 음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늘도 여전히 묵묵히, 열정적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이태선 밴드'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물었다.

"처음에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개콘'은 제 삶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언제까지고 하고 싶네요."(이유희)

"'개콘'이 없어질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고 싶어요."(이태선)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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