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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단색화는 현실 외면 아니라 저항 자세"

송고시간2014-09-01 15:43

국제갤러리서 10월19일까지 '단색화의 예술'전 열려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등 1세대 단색화 7명 작품 선보여

작품 설명하는 단색화 작가 하종현
작품 설명하는 단색화 작가 하종현

작품 설명하는 단색화 작가 하종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촘촘히 짜인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 하종현(79)이 1일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전관(全館)에서 한국의 단색화를 조명하는 '단색화의 예술'전을 열고 있다. 하종현을 비롯해 이우환(78), 김기린(78), 박서보(83), 윤형근(1928∼2007), 정상화(82), 정창섭(1927∼2011) 등 1세대 단색화 거장 7명의 대표작을 모았다. 2014.9.1. <<문화부 기사 참고>>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80년대 민중 미술 속에서 70년대 단색화 작가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게 아니라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나의 저항 자세였던 거죠."

한국의 단색화가 "깊은 저항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 이우환(78)의 설명이다.

한때 당대의 정치적 현실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이유로 비판받던 단색화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변론인 셈이다.

이우환 "단색화는 현실 외면 아니라 저항 자세" - 2

"당시는 군사정권의 틀이 형성돼 표현의 장에 선 사람들이 일하기 어려운 시기였어요. 우리로서는 군정의 틀 안에서 예술을 해야 하는 가운데 일어난 게 단색화였죠. 나를 포함해 군정에 죽다 살아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에 직접 참여할 때도 있지만 더 깊이 있는 다른 표면에서 감성이나 정신을 높이고 반항 자세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우환은 특히 "60∼70년대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건데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처럼 국제적으로 중요한 현상이 지금까지 지탱된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1일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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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는 1970년대 시작된 한국 고유의 화풍으로, 여러 색채 대신 한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이다. 단색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이 확대되며 최근 해외 유수의 아트 페어와 경매 시장에서 조명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색화를 다룬 전시가 잇따라 열린 가운데 국제갤러리는 전관(全館)에서 한국의 단색화를 조명하는 '단색화의 예술'전을 열고 있다.

이우환을 비롯해 김기린(78), 박서보(83), 윤형근(1928∼2007), 정상화(82), 정창섭(1927∼2011), 하종현(79) 등 1세대 단색화 거장 7명의 대표작을 모았다. 작가 개개인의 개성과 '고집'이 오롯이 드러나는 작업들이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전의 초빙 큐레이터였던 윤진섭 씨가 이번 전시에도 초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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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큐레이터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리적·과학적 원리에서 이뤄진 서양 미니멀리즘과 달리 우리는 시각보다 촉각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우환 "단색화는 현실 외면 아닌 저항"
이우환 "단색화는 현실 외면 아닌 저항"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8)은 1일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70년대 단색화는 현실을 외면한 게 아니라 하나의 저항 자세였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전관(全館)에서 한국의 단색화를 조명하는 '단색화의 예술'전을 열고 있다. 이우환을 비롯해 김기린(78), 박서보(83), 윤형근(1928∼2007), 정상화(82), 정창섭(1927∼2011), 하종현(79) 등 1세대 단색화 거장 7명의 대표작을 모았다. 2014.9.1. <<문화부 기사 참고>>
hanajjang@yna.co.kr

윤 큐레이터가 단색화의 요체로 꼽은 촉각성과 정신성, 행위성은 하나의 공간에서 겹치거나 스며드는 등 서로 맞물리며 궁극의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는 작가 7명의 작품에도 고르게 스며 있다.

정상화는 고령토를 캔버스에 바른 뒤 이를 규칙적인 간격으로 접어서 갈라진 경계를 따라 고령토를 떼어 내고 빈 곳을 다시 아크릴 물감으로 메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그리지 않은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정창섭의 작품은 한겨울에 닥을 물에 불린 뒤 끈질기게 주무르고 반죽한 인내의 결과물이다.

박서보는 "한때는 '저것도 그림이냐'며 사회적 멸시도 받았지만 내 작품은 스님이 반복해서 독경하듯 끊임없이 반복한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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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는 연필로 끊임없는 선을 긋는 묘법(描法) 작업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고 수신(修身)한다.

"그림은 자신을 비워내는 도구에요. 수신하는 과정의 찌꺼기가 바로 그림입니다. 그냥 찌꺼기가 아니라 정신의 결정체인 것이죠." (박서보)

김기린은 물감을 느리게 쌓아 올리고 손으로 일일이 누른 뒤(촉각성) 그 위에 분무기로 물감을 뿌려(행위성) 특유의 '보송보송한' 질감을 완성한다. 윤형근은 암갈색과 군청색을 섞은, 비교적 한정된 색조로 깊고 넓은 자연의 섭리를 묘사한다.

윤 큐레이터는 "단색화는 언어를 최소화하고 침묵으로 체제에 저항하는 역할을 했다"며 "시대적 배경이 없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촘촘히 짜인 마대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하종현의 배압법(背壓法)은 군사정부 시절 감춰야 했던 내면의 울분이 승화된 것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연작을 시작한 이우환은 "한국의 단색화는 물성만 떠민다거나 이미지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생명성과 힘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서양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 02-735-8449.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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