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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학' 40년 후학에 남기고 떠나는 이광호 교수

송고시간2014-08-19 05:55

'성학십도' 초본 목판본 등 희귀 유물 3점 연대 박물관에 기증

'퇴계학' 40년 후학에 남기고 떠나는 이광호 교수
'퇴계학' 40년 후학에 남기고 떠나는 이광호 교수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반평생 넘도록 '퇴계 연구자'로 살아온 연세대 철학과 이광호 교수가 오는 29일 퇴임한다. 이 교수는 "동양 학문에 대한 연구가 회복돼 진저완동·서양 융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4.8.19 << 사회부 기사 참조 >>
sh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평생을 '퇴계 연구자'로 살아온 동양 철학의 대가 이광호(65)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오는 29일 퇴임한다.

연세대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연세대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서울=연합뉴스) 연세대 철학과 이광호 교수가 연세대 박물관에 기증한 성학십도 목판본.
임금이 알아야 할 학문의 요체를 10장의 그림으로 나타낸 성학십도 초본은 현재 통용되는 완성본과 7-8번째 그림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고, 곳곳에 방점과 세모 표시 등이 새겨져 있다. 2014.8.19 << 사회부 기사 참조, 연세대 박물관 제공 >>
photo@yna.co.kr

40여년 간 퇴계 이황(1501∼1570) 연구에 몰두한 이 교수는 19일 "퇴계는 유학의 학문관을 가장 잘 정립하고 몸소 실천한 학자"라며 "연구는 많이 했지만 애초 목표대로 학문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겸손해했다.

1975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83년부터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철학과, 중국 저장대(浙江大) 한국연구소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부터 연세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퇴계가 제자 학봉 김성일에 써준 '병명'
퇴계가 제자 학봉 김성일에 써준 '병명'

퇴계가 제자 학봉 김성일에 써준 '병명'
(서울=연합뉴스) 퇴계 이황이 제자인 김성일에게 병풍에 써준 일종의 지침서인 '병명'(屛銘) 목판본의 전면.
퇴계는 유학의 핵심 가르침을 10폭짜리 병풍에 적어 김성일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8.19 << 사회부 기사 참조, 연세대 박물관 제공 >>
photo@yna.co.kr

그는 퇴계가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인 '성학십도'(聖學十圖) 등 중요 문헌을 쉬운 말로 번역해 출간했다. 저서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에서는 퇴계와 율곡 이이가 주고받은 편지와 시문을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이퇴계의 학문론의 체용적 구조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 논문은 퇴계학풍이 후대 유학자에게 계승되는 양상을 학술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계가 제자 학봉 김성일에 써준 '병명'
퇴계가 제자 학봉 김성일에 써준 '병명'

(서울=연합뉴스) 퇴계 이황이 제자인 김성일에게 병풍에 써준 일종의 지침서인 '병명'(屛銘) 목판본의 후면.
퇴계는 유학의 핵심 가르침을 10폭짜리 병풍에 적어 김성일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8.19 << 사회부 기사 참조, 연세대 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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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퇴계학연구원으로부터 퇴계학학술상 받았다. 이 상이 수여된 것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 교수는 후학들의 퇴계 연구 활성화를 위해 퇴임과 동시에 가보처럼 소장하던 퇴계와 관련된 유물 3점을 연세대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한 자료는 성학십도 초본 목판본과 퇴계가 제자인 김성일에게 병풍에 써준 일종의 지침서인 '병명'(屛銘) 목판본, 중국 남송시대 경전인 '심경'(心經)에 해석과 설명을 단 책인 '심경부주'(心經附註) 등 3점이다.

이 중에서도 임금이 알아야 할 학문의 요체를 10장의 그림으로 나타낸 성학십도 초본은 현재 통용되는 완성본과 7-8번째 그림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고, 곳곳에 방점과 세모 표시 등이 새겨져 있다.

그는 "퇴계가 성학십도를 수차례 수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황의 문집에도 그가 생전 '임금에게 결점이 없는 것을 올려야 한다'고 고민한 내용은 있지만 실제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수정 전 판본은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0폭짜리 병풍에 유학의 핵심 내용을 함축해 새긴 '병명' 역시 오늘날 전해지는 완성본과 내용이 다른 수정 전 판본이고, '심경부주'는 이황이 '심경후론'(心經後論)을 쓰는 데 영향을 준 사료인 만큼 모두 귀중한 연구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연세대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심경부주'
연세대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심경부주'

연세대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심경부주'
(서울=연합뉴스) 이광호 교수가 기증한 중국 남송시대 경전인 '심경'(心經)에 해석과 설명을 단 책인 '심경부주'(心經附註).
이 책은 이황이 '심경후론'(心經後論)을 쓰는 데 영향을 준 사료로, 이 교수가 기증한 원본에는 율곡 이이의 장인인 노경린의 후기가 함께 실려있다. 2014.8.19 << 사회부 기사 참조, 연세대 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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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 유물을 기증하는 것은 내 정신을 기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 제자들이 퇴계학을 연구하는 데 좋은 사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는 이 교수는 "최근 모든 분야에서 서양 학문에서 강조하는 과학적 법칙과 물질적인 것만 중시되다 보니 곳곳이 정신적 공황에 빠진 것 같다"며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고 성인(星人)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 동양 학문에 대한 연구가 회복돼 진정한 동·서양 융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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