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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 "도보리가 장보리 된다고 달라질까요?"

송고시간2014-08-11 06:00

MBC '왔다! 장보리' 시청률 고공행진…"시청자가 기다리는 드라마라는 말에 뿌듯" "꿈이 없다는 세상, 보리 통해 희망 이야기하고파"

김순옥 작가 "도보리가 장보리 된다고 달라질까요?" - 1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출생의 비밀이 안 까지고 있다고 우리 드라마가 느리다고 하는데 사실 출생의 비밀이 까진다고 보리가 행복해질까요? 도보리가 장보리가 된다고 사람이 달라질까요?"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는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다.

시청률 25%를 찍고 30%를 향해 달려가는 이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주인공 도보리의 출생의 비밀이 만천하에 까져 그가 장보리, 궁극적으로는 장은비라는 이름을 찾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MBC 주말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집필중인 김순옥 작가. 2014.8.11
xanadu@yna.co.kr

하지만 이 드라마의 김순옥(43) 작가는 그러한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에 던져놓은 장치일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전개에서는 그리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두 작품('웃어요, 엄마' '다섯손가락') 실패를 딛고 '왔다! 장보리'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김 작가를 최근 강남구청역 그의 집필실에서 만났다.

화수분같은 이야기꾼이자 동시에 '막장 드라마'라는 타이틀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와의 인터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진행됐다.

선악의 극명한 대비,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목표에 더해 맨주먹, 건강한 심신으로 갖은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하는 보리의 이야기가 '막장'의 굴레를 넘어 현재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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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또 출생의 비밀이다.

▲ 그것 때문에 비난을 받는데 우리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 하나를 안 깠을 뿐이지 매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구조로 전개됐다. 출생의 비밀은 그야말로 드라마 시작을 위해 던져놓은 장치다. 그걸 빨리 까느냐보다는 그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처럼 자식을 찾아보니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핏줄이라도 자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 되려면 핏줄을 넘어 희생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엄마라고 다 같은 엄마가 아니듯 세상에는 인화(김혜옥 분)처럼 모성애가 부족한 사람도 있고 도씨(황영희)처럼 자식 일이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사람도 있다. 우리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매개로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 시청률이 높은 이유가 뭘까.

▲ 집에 계신 어른들이 기다리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그러려면 쉬워야 한다. 선악의 대비가 극명하고 억울한 사람을 응원하는 데서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둘째 아들이 고1인데 복지원에 봉사활동을 가면 할머니들이 "보리가 엄마를 찾을 때까지 내가 살아야지"라며 드라마를 기다린다고 하더라. 식당을 가도 다 이 드라마를 틀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되게 보람차다. 학창시절 김수현 작가님의 '사랑과 진실' 같은 드라마가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괜히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런 기분을 시청자들이 '왔다! 장보리'를 보면서 느끼기를 바랐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큼은 근심 걱정을 잊고 몰입해서 보고 다음회를 기다리게 된다면 연속극 작가로서 더 큰 기쁨은 없을 것 같다.

--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 사실 두 작품을 망친 이후라 굉장히 두려운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 자신감도 없었고 20회까지는 시청률도 잘 오르지 않아서 의기소침했다. 중간만 가도 감사하겠다 싶었다. 막장이라는 지적이 아킬레스건이긴 한데 앞서 두 작품을 망하고 나니까 주변에서 다들 '네가 잘 하는 걸 써라'라고 하더라. 괜히 고상한 척, 막장 아닌 척 힘이 들어가서 하지 말고 잘 하는 걸 쓰라고 하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과 똑같이 대놓고 막장을 쓸 수는 없었다.(웃음) 그런데 누군가가 시트콤을 써보라고도 하더라. 실제의 내 일상은 시트콤처럼 즐겁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쓰면서는 자극적이고 강한 요소에 코미디를 버무렸다. 코미디가 극을 순화하면서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 같다. 댓글을 보니 '로코막장'이라는 새 장르가 탄생했다는 말도 있더라.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를 써볼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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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내게 고마움을 가르쳐줬다. 작가를 관둬야하나까지 고민할 때 잘돼 줘서 너무 고맙다. 두 작품 실패하고 나니 잘안되는 드라마를 보면 그 작가들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고, 나도 또 언제 망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의 작품을 두고 함부로 말할 게 아니고, 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 확실히 코미디를 넣은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

▲ 사실 막장이라고만 하기엔 억울한 면이 있다. 웃음과 울음과 눈물에 진한 모성애와 남녀 간의 사랑이 모두 들어있다. 또 예전에는 그저 매회 사건을 많이 빨리 쳐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꼭 만져주고, 짚어주고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예전 작품과 차별화를 이루고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 같다.

또 배우들이 정말 잘해준다. 재화(김지훈)와 보리(오연서)의 코믹 연기 호흡이 정말 좋다. 도씨의 코믹 연기도 감탄을 자아낸다. 연속극은 캐릭터가 잘 구축돼 공감을 끌어내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결코 작가 혼자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배우들이 너무너무 중요하고 우리 배우들이 정말 하나같이 잘해준다. 사실 그동안은 톱스타 캐스팅에만 관심을 가져왔는데 우리 드라마의 호흡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톱스타다. 연기 못하는 배우가 하나도 없다. 아역 비단(김지영)이는 천재다. 다른 인물 대사까지 다 외워버린다. 우리 드라마는 환상의 캐스팅 덕분에 잘되고 있다.

-- 왜 한복을 소재로 삼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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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한 분이 한복을 만들기도 하고 평소에 한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를 하려니 협찬이 되지 않아 어려웠다. 지금 도와주시는 박술녀 선생님이 아니면 우리 드라마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모든 의상과 소품을 박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주시고 협찬해주신다. 그걸 돈으로 환산해 제작비로 채우려고 하면 우리 드라마 못 만든다. 그분이 패션쇼까지 다 취소하고 우리 드라마를 위해 헌신해주셔서 제작할 수 있다. 한복이 고루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했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한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 보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

▲ 사람들은 중학교밖에 안나온 보리를 무식하다고 하지만 보리 때문에 주변 모두가 변화된다. 처음에는 보리를 싫어해도 결국 다 보리를 좋아하게 되고 보리의 따뜻하고 건강한 심성에 영향을 받는다. 이름을 보리라고 지은 것은 평소에는 하찮게 여기지만 흉년에 사람들을 걷어먹인 것이 보리였듯, 보리가 간직한 그 강인한 천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게 세습되는 세상에 사람들은 꿈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보리가 자기 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다 힘들다. 그럴 때 보리가 온갖 방해를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것을 보며 용기를 얻기 바랐다. 또 세상에는 자기 핏줄이 아닌데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보리가 비단이를 키우는 희생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

그런 보리에게 출생의 비밀이 까진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보리는 어차피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출생의 비밀이 빨리 까지고 별반 노력없이 보리에게 모든 것이 주어지면서 한순간에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 또 어쩌면 보리는 친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고 나면 출생의 비밀이 까지기 전이 훨씬 행복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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