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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 없는 대법관 제청…14명중 12명 서울대 법대

송고시간2014-08-11 17:22

'서울대 법대·고위 법관'…진보성향·검찰 출신 명맥 끊겨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낙점,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낙점,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한지훈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9월 퇴임하는 양창수(62·사법연수원 6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권순일(55·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낙점,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권 후보자는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정식으로 대법관에 취임하게 된다.

대법관 인선은 지난 3월 취임한 조희대(57·13기) 대법관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조 대법관에 이어 권 후보자 역시 서울 법대 출신 고위 법관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다양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지난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기수 위원장)가 권 후보자와 함께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3명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서부터 예견됐다.

세 명의 후보 모두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윤 교수가 서울동부지법 부장 판사를 지낸 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누가 되더라도 다양성 측면에서 '신선한' 대법관 후보는 아니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고위 법관' 위주로만 구성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대법원은 권 후보자의 임명 제청으로 이같은 주류 틀이 한층 강화됐다.

우선 14명의 대법관(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포함) 중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박보영(53·16기) 대법관과 고려대 법대 출신 김창석(58·13기) 대법관을 제외하면 12명이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더구나 고영한(59·11기)·민일영(59·10기)·이상훈(58·10기)·이인복(58·11기)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74학번 동기다.

고법부장 이상 고위 법관 출신이 13명이고 대부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거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사법부 내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권 후보자 역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고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아왔다.

학자 출신인 양창수 대법관이 퇴임하면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고는 절대다수가 사법부의 울타리 밖을 경험조차 하지 못한 엘리트 법관으로만 대법관 진용이 꾸려진다.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김지형·김영란·이홍훈·전수안 전 대법관이 전원 퇴임한 이후 뚜렷한 진보성향 대법관의 명맥이 거의 끊겼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조희대 대법관이나 권 후보자의 경우 단순히 보수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진보 성향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그나마 현 대법관 중에서는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사회과학 연구서클 '피데스(FIDES·신의)' 멤버로 활동했던 이인복·이상훈 대법관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지닌 김신 대법관의 경우에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 이후로 끊겼던 검찰 출신 대법관은 이번에도 배출되지 않았다.

당초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던 한 고검장급 인사는 후보 검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최종 후보자 명단에서조차 이름이 빠졌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협은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둔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내고 "대법관이 여전히 고위 법관의 승진자리로 운영되고 있어 다양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김주영(49·18기) 변호사와 김선수(53·17기) 변호사 등 '순수' 변호사 경력자를 추천했지만 후보자군에서도 빠졌다.

일각에서는 학계와 재야 법조, 시민단체 등 '비(非) 법관' 출신 대법관을 일정 비율 이상 임명토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현행 사법부 구조 하에서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2012년 기준 대법원에서 다룬 상고사건의 수는 3만5천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대법원이 '정책법원 기능'보다는 여전히 하급심의 잘잘못을 가리는 '권리구제형 기능'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법원에서 추진 중인 상고심 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당분간 대법관 구성 틀의 변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pdhis959@yna.co.kr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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