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알뜰주유소 개점 1년…유류비 인하 '효과'
송고시간2014-07-07 11:01
34개소 문 열어…전체의 16% 차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민과 제주도의 요구로 지난해 7월 제주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다. 다른 지역보다 1년 반이나 늦게 문을 열기 시작한 제주의 알뜰주유소는 현재 1천800원대의 휘발유가격을 유지하며 전체 주유소의 16%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7일 오전 제주시 모 알뜰주유소 안으로 자동차 한 대가 기름을 넣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2014.7.7 << 지방기사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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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민과 제주도의 요구로 지난해 7월 제주 알뜰주유소 1호점이 들어선지 1년이 지났다. 다른 지역보다 1년 반이나 늦은 2013년 7월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제주의 알뜰주유소는 현재 전체 주유소의 16%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애초 휘발유 기준으로 ℓ당 100원 가까이 저렴하게 기름 값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도민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 알뜰주유소 도입 이후 1년간의 성과와 전망을 살펴본다.
◇주유소 간 아슬아슬한 가격경쟁
"일반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영업형태를 바꾼 뒤 손님이 1.5배∼2배 늘었습니다."
제주시 모 알뜰주유소 소장 A(45)씨는 주변 일반주유소들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지역은 A소장이 있는 알뜰주유소를 기준으로 반경 500여m 안에 일반주유소 3개, 알뜰주유소 2개 등 5개 주유소가 밀집해 있다.
이 알뜰주유소는 이전까지 일반주유소였으나 지난 6월 부랴부랴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인근에 농협 알뜰주유소가 생기면서부터 주유소를 찾는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단골손님까지 하나 둘 농협 알뜰주유소로 빠져나가면서 주유소 경영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소장은 "사장님도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것이 좁은 지역사회에서 혼자만 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알뜰주유소가 아니면 답이 없었기에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뒤 확실히 손님이 늘었다.
인근 농협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며 가격을 최대한 맞춰 주변 일반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개별 손님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물론 외상 거래 주유소(일정기간 공짜로 기름을 넣은 뒤 한꺼번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주유소)를 바꾸려는 인근 건설사, 자영업자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인근 주유소들의 눈치를 보며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인근 일반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만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형국이라 일반주유소는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너무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A소장은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 상황이 나빠져 일반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했지만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될 것 같다"며 "알뜰주유소만 잘 되고 나머지 일반주유소 경영이 힘들어질 정도로 나빠져서는 안 된다. 적당한 선(경쟁관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제주 알뜰주유소
지난해 7월 10일 제주시 구좌읍에 제주 알뜰주유소 1호점인 평대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운송과 관리비용 문제 등으로 타 지역보다 비싼 값으로 기름을 구입했던 제주도민들은 알뜰주유소가 들어서지 않자 불만을 제기했고 행정기관 등이 1년 넘게 공을 들인 끝에 어렵게 제주에 첫선을 보였다.
개점 첫날 당시 제주 지역의 평균 휘발유가는 ℓ당 1천998.5원으로 서울(2천8.78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고 전국 평균(1천922.32원)과 비교해서는 76원이나 비쌌다.
평대주유소의 휘발유가는 ℓ당 1천920원으로 제주 평균 휘발유가보다 78.5원 저렴해 50ℓ 주유할 때 3천900원가량 절약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면서 알뜰주유소는 빠르게 늘어났다.
알뜰주유소가 처음으로 문을 연 지 1년이 지난 현재(6월 30일 기준) 제주 지역 알뜰주유소는 34개소(농협 19개소, 자영 15개소)로 증가, 제주지역 전체 주유소(203개)의 16.7%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주유소(1만2천600여개) 가운데 알뜰주유소(1천86개, NH 486·자영 440·고속 160)가 차지하는 비율 8.6%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1년 반이나 늦게 시작했으나 매우 빠른 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제주 지역에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덩달아 제주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총판매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 16개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량은 147만1천653ℓ(제주 전체 990만6천957ℓ), 3월(17개) 178만9천91ℓ(1천54만7천337ℓ), 5월(24개·4곳 미보고) 214만7천529ℓ(1천101만1천413ℓ)로 조사됐다.
월 단위 제주 평균 휘발유가와 알뜰주유소 평균 휘발유가의 가격차는 지난해 7월 48.24원에서 1년이 지난 6월에는 29.70원으로 줄어들었다. 1년간 평균 가격차는 37.43원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간 가격 차이가 점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알뜰주유소 한 곳이 생기면 주변 일반주유소 2∼3곳의 휘발유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효과분석을 위해 일정기간 알뜰주유소 유류 판매량과 일반주유소와의 평균 가격차, 주변 주유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대략적인 수치를 계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한 달간 알뜰주유소 휘발유 판매량(214만7천529ℓ)을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 차량을 쓰는 도민이 기름 값 인하로 받는 혜택이 월 총 1억7천100여만원∼2억5천7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선택은 소비자 몫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www.opinet.co.kr)을 통해 제주지역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을 명시한 분포지도를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제주시 도심권은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간 가격차이가 100원 가까이 나는 등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외곽지역은 알뜰주유소와 가격이 같거나 가격차이가 30원 안팎으로 별 차이가 없다.
가격 경쟁력이 생명인 업종 특성상 알뜰주유소 가격을 따라가는 출혈경쟁이 도심이 아닌 영세한 외곽지역 주유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다.
도심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가 제주에 들어왔다지만 행정에서 말하는 것만큼 유류 가격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정모(37·제주시)씨는 "알뜰주유소를 이용하고 싶어도 시내에 매우 띄엄띄엄 있어 급하면 어쩔 수 없이 근처 일반주유소를 찾게 된다"며 "일반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비싸 서민들에게 부담이 된다. 알뜰주유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읍면 지역은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는 현상이 두드러져 일반주유소가 알뜰주유소의 가격을 따라가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도심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름가격은 주유소가 위치한 곳의 땅값, 서비스의 종류, 유류저장소의 유무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도심일수록 비쌀 수밖에 없다. 또 도심은 유동인구가 많아 그만큼 알뜰주유소가 아니더라도 찾는 손님이 많아서 기존 가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도 조만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전까지 제주시 도심에 위치한 알뜰주유소는 3∼4곳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자영 알뜰주유소 5곳이 도심 한복판에 새로 생겼다"며 "도심권에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일반주유소와의 가격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곽지역에 주로 새로 생겨나던 알뜰주유소가 도심에 생겨남에 따라 경쟁이 가속화돼 3∼4개월 뒤 도심 유류가격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알뜰주유소를 제주에 유치해 가격경쟁 구도를 만들었지만 행정의 몫은 여기까지일 뿐 더는 시장에 관여하는 것은 무리이고 나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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