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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로 쓴 마음의 풍경…김종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영국의 남부 도시 루이스는 세계적인 조각가 로댕이 생전에 좋아했던 도시였다. 로댕은 죽기 직전 루이스에 작품 '입맞춤'을 선물하고 싶어했지만 이 작품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했던 루이스 시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입맞춤'은 테이트갤러리에서 가져갔다.

뒤늦게 이 작품이 '아쉬워진' 루이스시는 '입맞춤' 반환 운동을 염두에 두고 해마다 조각가를 초청해 야외 조각 전시를 열며 조각을 통한 도시 부흥을 꿈꿨다.

조각가 김종구(51)의 '기다란 인체 통 쇠 조각' 작품이 전시 도중 밑동만 남긴 채 사라진 곳이 바로 이 루이스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1997년 당시 작품의 도난 소식을 듣고 허탈한 마음에 작업실에 돌아온 김종구는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바닥에 쌓여 있던 쇳가루를 쓸어 모았다.

"일주일 넘게 순수한 쇳가루만 모았더니 한쪽에는 쇳가루 산이, 다른 한쪽에는 먼지 산이 있더군요. '순수한 풍경'이었죠."

이후 김종구는 쇳가루로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쇳가루로 쓴 마음의 풍경…김종구 개인전>1

작가는 캔버스에 일종의 접착제인 '포리졸'을 뿌리고 직접 만든 쓰레받기에 쇳가루를 담아 붓으로 쓰듯 쇳가루로 자신의 즉흥적인 생각을 써 나간다.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김종구의 개인전 '형태를 잃어버렸어요 - 쇳가루 산수화'가 열리고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여는 '오늘의 작가'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로 9m80㎝, 세로 2m70㎝ 크기의 대형 캔버스 4개를 천장에 매달았다.

이 중 2개의 캔버스에는 3천 자씩 작가의 비망록이 쇳가루로 적혀 있다. '저 멀리서 하늘 위로 깃털은 날으고 쏜살같이 창의문 골목길로 날려서 사라지고'로 시작하는 '쇳가루 6천 자의 독백'이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쇠의 육중한 무게감을 없애려고 일부러 매달았다"고 했다. 글씨 6천 자에 들어간 쇳가루만 100㎏에 달한다고 한다.

<쇳가루로 쓴 마음의 풍경…김종구 개인전>2

다른 전시실에는 쇳가루 그림이 사각형의 구조물로 설치돼 있다. 내부는 '하얀 공간'이다. 하얀 벽에는 폐쇄회로(CC)TV로 찍은 풍경이 투사되는데 내부 바닥의 쇳가루 글씨와 관람객의 발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풍경에 포함된 듯한 느낌을 준다. 구조물 밖에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쇳가루로 쓴 마음의 풍경…김종구 개인전>3

작가는 "글씨와 풍경은 인간이 가장 순수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통 쇠를 그라인더로 갈아 작업해 온 작가의 다음 목표는 일명 '그라인딩 프로젝트'다. 하나는 통 쇠를 깎아 삽과 곡괭이, 삼지창과 같은 도구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탱크를 갈아 쇳가루로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철기문명이 발달하면서 한쪽에선 살기 위해 삽을 만들고, 한쪽에선 이웃을 정복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었다는데서 착안한 작업입니다."

작가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 지역의 사막에 포를 맞고 버려진 탱크가 많다고 한다"며 "수년 뒤에 그곳에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탱크를 갈아 가루로 만드는 작업을 하며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 02-3217-6484.

hanajj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6/19 17: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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