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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으로 옮긴 심리 치유…배우겸 화가 김현정 개인전

송고시간2014-06-17 16:23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어느 날 연기 연습을 하는데 주변에서 '너는 왜 화를 못 내느냐'고 하더군요. 화를 내야 되는 장면인데 짜증만 낸다구요. 평소에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거죠. 그 뒤로 억눌린 제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1999년 데뷔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괴롭히는 '장 캡틴'으로 분하는 등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 영화 등에 출연했던 배우 김현정(35).

그는 데뷔 10년 만인 2009년 배우 활동을 접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나비'에 5년 정도 출연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때였다.

김현정은 대신 '가톨릭상담봉사자과정'에서 1년 넘게 심리상담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인형치료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inner child) '랄라'를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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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안국동에서 만난 김현정은 "상담을 하다 어릴 때 인형을 가지고 논 기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항상 동생에서 양보하라는 얘기를 듣다보니 자존심 때문에 '나는 인형을 싫어하니까 동생 줄게'라며 양보했다"고 말했다.

90시간이 넘는 심리 상담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심리 상담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의 성찰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막막했다면 지금은 설레요. 제 자신을 더 많이 보여줄 수도 있게 됐고 또 그만큼 제 자신을 잘 보호할 수 있게 됐죠."

어렸을 때 꿈이 화가일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었던 김현정은 심리 치유를 토대로 내면아이 '랄라'를 소재로 한 동양화를 선보이고 있다.

김현정의 첫 개인전 '묘사와 연기'가 오는 23일부터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린다.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붓을 잡았다고 했다. 미술사, 미술이론, 미술품 감정 등도 닥치는대로 공부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를 열면 쓰레기만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시회도 갖지 않고 계속 작업에 몰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다리에 올라 탄 '랄라'가 십자가로 형상화된 바게트를 쳐다보는 그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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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피란처에서도 내일 굶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고 해요. 그때 아이들 머리맡에 작은 빵을 놓아주었더니 잘 잤대요. 삶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작은 존재인거죠. 이는 내면아이를 보듬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빵을 십자가로 형상화했어요."

위안부 연극 당시 자신이 입었던 의상을 입은 소녀상의 작품도 있다.

김현정은 "당시 1인 2역으로 위안부 할머니의 어린 시절과 손녀딸 연기를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며 "여전히 신문을 보며 관련 소식을 찾고 가슴 아파하는 등 많이 생각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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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내면아이를 형상화한 점 외에도 독특한 화법으로 이목을 끈다.

작가는 많은 고민 끝에 그림의 일부에 자수를 활용하는 '화주수보'(畵主繡補) 화법,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비단을 붙여 수묵이 배어나오게 한 뒤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쌍층'(雙層) 화법 등을 고안해 작품에 활용했다.

왜 굳이 동양화를 택했을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연극을 할 때도 번역극과 창작극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번역극의 대사는 왠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동양화가 꼭 창작극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동양화가 예뻤어요."

김현정은 "전통 계승이 제대로 안 되고 끊기면서 전통이 오히려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제게는 도리어 신선했고 도전할 만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을 맡았던 펑펑 베이징대 예술학과 주임교수는 전시 서문에서 "김현정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녀의 이중의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아를 묘사하기 위한 타자이고, 하나는 자아가 연기한 역할이다"라며 "김현정의 그림은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 02-738-0738.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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