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전문가 될래요" 미국 로스쿨 가는 조종사
송고시간2014-05-25 12:00

(서울=연합뉴스) 5년 6개월간 일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최근 미국 유수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아시아나항공 최인석(43) 기장.
최 기장은 "항공사고 역시 항공 전문 변호사가 다뤄야 한다"며 "조종사의 실무 경험과 법이라는 학문을 접목시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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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의사 출신 변호사가 의료사고에 관한 법적 분쟁을 잘 해결하듯이 항공사고 역시 항공 전문 변호사가 다뤄야 합니다. 조종사의 실무 경험과 법이라는 학문을 접목시켜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중년의 나이에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법조인이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조종사가 있어 화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최인석(43) 기장은 5년 6개월간 일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최근 미국 유수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다.
회사에서 교육 발령을 받아 3년간 유학하고 돌아와서 우리나라 최초의 조종사 겸 항공안전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 기장은 1997년 3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보잉 737, 747 부기장을 거쳐 현재 에어버스 320 기장을 맡고 있다.
17년간 조종기를 잡아온 그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최 기장은 경비행기를 타고 봉사하러 다니는 교회 신도들을 돕고자 항공 관련 법을 공부하다 이 분야에 전문 변호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그는 2008년부터 사이버대 강의를 들으며 로스쿨 진학을 준비해 마침내 꿈을 이뤘다.
최 기장은 항공기 사고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 항공 전문 변호사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최 기장은 "작년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당시 미국은 항공 전문 변호사가 활동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며 "법적 책임을 전문적으로 따지는 상황이 되면 우리가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을 때에도 금전적 책임에 관한 협상이 가장 중요했는데 우리나라는 전문 변호사가 없어 러시아어가 가능한 일반 연구원을 보내야 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최 기장은 "항공기 사고는 항공사뿐 아니라 국가 간 문제로 번지기 쉽다"며 "국가 간 항공 분쟁은 국제 정치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류가 다른 항공기를 모두 조종해봤고 기계공학을 전공해 정비 쪽 지식도 있는 만큼 이런 강점을 십분 살려 나라에 도움이 되는 항공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항공뿐 아니라 모든 교통 분야에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실무 경험과 법학을 접목한 민간 전문가가 많아지도록 국가가 더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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