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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에서 매카시즘은 민주화 이후 시작"

송고시간2014-05-24 19:45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미국과 서구에서 매카시즘(McCarthyism)이 냉전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 것과 달리 한국 현대사에서는 탈냉전 이후, 즉 1987년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고 나서야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4일 한국역사연구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 역사에서의 매카시즘' 학술회의에서 '현대사에서 매카시즘: 탈냉전 이후 매카시즘의 부활'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매카시즘은 1950~1954년 미국에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 주도로 일어난 반(反)공산주의 열풍을 일컫는 말이다. 이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을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매도하는 '마녀사냥'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박 교수는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과 같은 '제1세계'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사회 운영의 기본 철학과 원리로 뒀기 때문에 공적 공간에서 사상적 통제를 위한 제도와 법률을 공개적으로 적용할 수 없었다는 데 주목했다.

따라서 1950년 미국에서 발생한 매카시즘을 보면, 특정 현안에 대한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확산하면서 법률이나 제도와 같은 기제 없이도 사상적 통제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의 상황을 두고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달리 이념적 통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 등 사상 통제를 위한 제도와 법률이 강력하게 작동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매카시즘에 대해 "주로 사회적으로 위기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힘을 얻으며, 특정 현안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주장은 특별한 근거가 없어도 된다"면서 "위기감이 광범위하게 확산한 상황에서 주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나 시민사회의 역할이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반공법이나 국보법이 강력하게 작동한 민주화 이전의 사상통제 현상을 매카시즘이라 부를 수 없으며, 통제를 위한 법률·제도가 정통성을 잃은 민주화 이후에야 역설적으로 매카시즘이 나타났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 사례로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후 불거진 '북한 조문' 파동, 박홍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발언에 따른 일련의 파장, 노태우 정부 전반기 전향적 대북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의 잇따른 반공 발언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매카시즘이 확산한 과정은 1994년 조문 파동과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을 통해 '친북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광풍에 휩싸인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며 "당시 검찰과 안전기획부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된 사람도 있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94년 파동 이후 매카시즘의 결정판은 2012년 출간된 '종북 백과사전'"이라며 "이런 주장이 한국 사회의 40%가 넘는 구성원들로부터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카시즘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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