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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열흘> ①침몰 원인과 남은 의문점

무리한 변침·복원력 상실 이유 규명이 관건승객 버리고 탈출한 주요 승무원 행적도 밝혀져야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중인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중인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편집자주 = 수학여행길에 오른 고교생 등 476명이 탄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열흘이 됐습니다. 거센 물살에 맞서 민·관·군의 수색·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종자의 생환을 바랐던 국민의 여망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원인과 의문점, 구조·수색 상황, 정부 초기 대응의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합니다.>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변침, 균형, 복원력. 세월호 참사 원인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핵심 단어다.

"갑작스러운 '변침' 탓에 화물이 왼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었지만 '복원력'이 떨어진 선체는 강한 조류에 허망하게 기울고 말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과 수사결과로 요약한 침몰의 원인과 과정이다.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세월호는 갑자기 'J'자 모양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45도가량 돌아갔다.

이 부근은 통상 선박이 10도가량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변침점이었다.

선박자동 식별장치(AIS) 기록에 따르면 배의 속도는 이때 정상속도인 17노트에서 15노트(8시 49분 13초), 10노트(49분 37초), 5노트(50분 16초)로 떨어졌다.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김형준 센터장이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운영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김형준 센터장이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운영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엔진이 멈춰 뱃머리를 남서쪽으로 향한 채 북쪽으로 떠내려간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해상에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물에 잠겼다.

◇ 무리한 변침 한번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오른쪽 45도' 변침이다.

변침의 원인, 이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시간상으로 거슬러 차근차근 밝혀야 1차 원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른 선박이나 암초와의 충돌, 내부 폭발 등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암초가 없는 해저 지형과 세월호 상태로 미뤄 현재는 배제된 상황이다.

선체 결함 추측도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과 정황도 있다.

구속된 조타수 조모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키(조타기)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고, 1등 항해사 신모씨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변침상의 실수가 있었거나 고장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일 작성한 수리신청서에는 "조타기 운항 중 '노볼티지'(No Voltage)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 전원 복구 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라고 적혀 있다.

조타기 전원 접속이 불량해 전원 리셋기능을 사용하고 있으니 수리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조팀 현장 수색
구조팀 현장 수색(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민관합동구조팀이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세월호 침몰 해상에서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승무원의 실수도 의심받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이 배 탑승경력이 5개월에 못 미치고 맹골수도 해역을 처음으로 운항한 3등 항해사와 여객선 근무가 처음인 조타수가 호흡을 맞췄다.

◇ 균형은 무너지고 복원력은 없었다

무리한 변침 이후 세월호는 적재된 화물이 쏠리면서 무게중심이 기울어 급격하게 균형을 잃었다.

세월호에는 1천157t, 승용차 124대, 1t 화물차 22대, 2.5t 이상 화물차 34대 등 모두 3천608t의 화물과 차량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50t 이상 트레일러도 3대나 됐다. 세월호의 적재 한도는 3천794t으로 사고 당시 적재량이 기준을 넘지는 않았지만 선사 측이 밝힌 적재량은 믿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나마도 엉성하게 고정돼 있던 화물과 차량은 급격한 변침에 한꺼번에 배 왼편으로 쏠렸다.

청해진해운은 1994년 건조돼 2012년 9월까지 일본 규슈 남부에서 운항한 '페리 나미노우에'('파도 위'라는 뜻)를 도입한 뒤 곧바로 객실 증설공사를 했다.

무게중심은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지고 순수 여객 탑승인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다.

이렇듯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하는데 세월호는 전체 중량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되는'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영장실질심사 후 기관사·조기수
영장실질심사 후 기관사·조기수영장실질심사 후 기관사·조기수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침몰 사고 기관사와 조기수들이 24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맨 오른쪽부터 1등 기관사 손모(57·오른쪽)씨, 3등 기관사 이모(25·여)씨, 조기수 이모(55)씨·박모(58)씨.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은 높아지고, 적재 화물은 많았지만 무너진 균형을 복원할 능력은 세월호에 없었다.

구속된 1등 항해사는 "처음에는 (배를) 복원하려고 했으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국민은 아직도 궁금하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승무원 소환, 카카오톡 메시지 분석 등으로 사고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으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모형을 제작하고 '쌍둥이배'인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했다.

수사본부가 풀어야 할 의혹과 궁금증은 너무 많다. 세월호를 증축한 업체는 주로 여객선의 정기검사를 맡다가 3~4년 전부터 증축 분야에 손을 댔고 세월호 전에는 5천t급 이상 선박을 증축한 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1종 중간검사를 받아 구명벌 46개 가운데 44개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균형 유지 장치인 '스태빌라이저'도 정상 작동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침몰 당시 세월호의 구명벌은 단 1개밖에 펼쳐지지 않았다.

조타실과 기관실에 모여있다가 승객들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주요 승무원 15명의 사고 당시 행적도 수사본부가 속시원히 풀어줘야 할 의문이다.

수사본부는 15명 전원을 구속할 방침이다. 선박 수입, 개조, 검사 등 운항·관리의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 대상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시했다.

sangwon70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17 09: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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