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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② 수코타이, 태국 문화의 기원이 된 왕도

송고시간2014-04-10 09:10

태국 북부② 수코타이, 태국 문화의 기원이 된 왕도 - 2

(수코타이<태국>=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수코타이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13세기 중반에 비롯한 왕조의 명칭이다. 두 번째는 이 왕조의 도읍이 있던 도시다. 마지막은 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주(州)를 말한다.

난이 변방의 작은 나라였다면, 수코타이는 강력한 체제를 구축한 국가였다. 수도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450㎞ 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산세가 비교적 완만한 평지에 조성됐다. '행복의 새벽'이라는 뜻의 국명처럼 태국의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당시 인도차이나반도의 맹주는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크메르 왕국이었다. 태국 북부 역시 크메르의 지배 아래 있었다. 일례가 북동부 부리람의 '파놈룽' 사원이다. 장엄하고 매혹적인 유적으로 태국의 건축과는 구별된다.

수코타이는 크메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문화를 꽃피웠다. 불교를 받아들여 종교 예술과 건축을 발전시켰고,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남겼다. 특히 13세기 후반에 세 번째 왕으로 즉위한 람캄행 치세에서는 태평성대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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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하고 수려한 불교 건축의 진수

수코타이는 남쪽의 아유타야 왕조에 흡수되기 전까지 약 200년 동안 명맥이 이어졌다. 스러진 왕국의 영화는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역사공원은 수코타이 권력의 핵심부였다.

역사공원을 돌아보려면 여행자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야 한다. 삼중의 성벽으로 둘러쳐진 수코타이 유적(Ruins) 안에만 사원 10여 개가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광청에서 제작한 지도에는 수코타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주요 명소 10곳이 정리돼 있다. 그중에서 관심이 가는 곳을 골라 동선을 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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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코타이 유적의 한가운데 있는 왕실 사원인 왓 마하탓은 13세기에 준공된 가장 크고 중요한 건축물이다. 수코타이뿐만 아니라 태국 문화의 특질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결정체로 꼽힌다. 길이와 너비가 200m에 달하는 성벽과 해자가 웅장함을 대변한다.

왓 마하탓 내부는 크고 작은 쩨디로 가득하다. 부처의 사리나 왕의 유해가 보관된 쩨디는 수코타이 왕조가 크메르 문화의 영향을 받아 창조한 예술품이다. 평평한 기단 위에 종을 닮은 불탑이 우뚝한데, 개화하기 전의 연꽃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사원 중앙에는 약 200개의 사리탑을 거느린 대형 쩨디가 있다. 쩨디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불상이 안치돼 있는데, 원기둥에 둘러싸인 좌상이 가장 인상적이다.

수코타이 유적에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사원은 섬에 지어진 왓 사시다. 왓 마하탓에서 람캄행 왕 동상을 지나치면 보이는 이곳은 운치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야 닿는다.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쩨디, 왓 마하탓처럼 수많은 기둥들 사이에 놓인 불상이 돋보인다. 불탑과 잔잔한 연못을 배경으로 해가 지는 정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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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마하탓과 왓 사시가 크메르 왕국의 사원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궁금하다면 왓 시사와이로 발길을 돌린다.

남문 근처에 홀로 자리한 이 사원에는 수코타이 유적에 흔한 쩨디와 불상이 하나도 없다. 그 대신 위쪽이 뭉뚝한, 옥수수를 떠올리게 하는 탑 세 개가 서 있다.

12∼13세기에 힌두교의 사원으로 건설된 왓 시사와이에는 곳곳에 장식이 많다. 탑의 모서리마다 부조된 신상을 눈여겨보면 수코타이 문화와의 차이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수코타이 유적 여행의 마무리는 람캄행 국립박물관이 적당하다. 수코타이 시대의 영광을 말해주는 도자기와 불상, 크메르 왕국의 조각상 등이 전시돼 있다. 또 람캄행 왕의 비문 복제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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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코타이에 흩어진 유산을 찾아서

수코타이 왕조의 자취는 성벽 외부에도 많이 남아 있다. 유적 북문에서 수코타이 최고(最古)의 사원인 왓 프라 파이루앙을 지나면 이르는 왓 시춤은 왓 마하탓과 쌍벽을 이루는 건축물이다.

왓 시춤은 관람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도록 설계됐다. 멀리서 보면 기둥 너머로 높은 건물이 솟아 있고, 좁은 틈으로 불상이 살짝 비친다.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는 부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배어 있다.

불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건물 입구에 도착하면 압도적인 크기가 느껴진다. 이 불상은 너비가 11m, 높이가 15m인데, 무릎 위를 감싼 기다란 오른손이 두드러진다.

수코타이 왕조는 수도 밖에도 도시를 건설했다. 수코타이에서 욤 강을 따라 57㎞를 거슬러 오르면 나타나는 시사차날라이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도 수코타이 역사공원처럼 사원 10여 개가 산재해 있다.

시사차날라이의 관광청 추천 명소는 5곳이다. 수코타이와 비슷한 사원도 많은 만큼, 모든 사원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수코타이보다 관광객이 적고 규모가 작아서 분위기가 한결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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