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복수의 방정식을 풀다…장편소설 '나의 계량스푼'

송고시간2014-04-04 10:0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2년 나오키상을 받은 일본 문단의 기대주 츠지무라 미즈키(32)의 장편소설 '나의 계량스푼'은 어떤 의미에서는 수학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죄와 벌을 저울질하며 죄의 무게 값에 합당한 처벌을 범인에게 내리려 애쓴다. 처벌의 수위를 정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처벌은 특정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슨 복수극이 이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 소설의 규칙이다.

좌변에는 처벌이, 우변에는 범죄가 있다. 그리고 그 처벌 값은 다시 변수가 두 개인 방정식이다. 정답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생인 '나'. 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이란 "상대를 속박하는 능력"(47쪽)이며 "상대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48쪽) 능력이자 "조건게임제시능력"(128쪽)이다.

그것은 'A를 하지 않으면 B라는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는 게임을 강제로 상대방에게 주입하는 힘이다. "B에 대한 공포가 강하면 강할수록 필사적으로 A를 완수하려고 하는 게임"(136쪽)이다.

나에겐 '후미'라는 친한 친구가 있다. 후미는 객관적으로 보면 예쁘지도 않고 옷차림도 수수하지만 나는 그녀를 무척 좋아한다.

그들 사이에 어느 날 이치카와 유타라는 20살의 의대생이 끼어든다. 이치카와는 내가 다니는 학교 사육장에서 기르는 토끼 여러 마리를 무참하게 죽인 범인.

이치카와는 토끼를 잔혹하게 토막 내서 죽인 것도 모자라 그 모습을 찍어 보란 듯이 인터넷에 올렸다.

심지어 첫 목격자인 후미의 뒷모습까지 찍어서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 모습을 놓고 희희낙락 빈정대기까지 했다.

그 사건 후 후미는 충격으로 입을 닫고 마음을 닫는다. 후미에게 정신적 충격을 입히고 토끼를 무참하게 죽였는데 이치카와에게 붙은 죄명은 고작 기물손괴죄.

나는 능력을 사용해 그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나는 나와 같은 힘을 지닌 선생님에게 가서 토끼를 죽인 범인에게 내릴 죄의 무게를 재기 시작한다.

"그럼 이번에는 약속한 대로 내(선생님)가 생각한 조건과 벌을 말해볼까요. 참고로만 들어주세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당신이 죽지 않으면, 당신은 그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를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게 될 것이다." "너무 심해요" 거의 반사적으로 나는 말했다. (307~308쪽)

400쪽에 달하는 이 소설은 전체 분량의 4분의 3 정도가 이 같은 두 사람의 대화 또는 논쟁으로 채워져 있다.

무려 7일간이나 두 사람은 정답을 찾으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엄청난 갈등을 겪게 된다.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범인이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낄지, 갱생 불가능한 악을 상대로 벌을 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복수를 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 애당초 죄와 벌을 저울질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등등.

그래서 이 책은 '죄와 벌'에 대해서 진정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깊지 않으면 결코 쓸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사춘기 소년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기로 이름 높은 작가답게 이 작품 역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초능력을 발휘해 악당들을 혼내주는 '배트맨', '슈퍼맨'에 열광하는 자녀들에게 그런 책 대신 이 책을 손에 쥐여주는 것은 어떨까? 물론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지적인 소설이다.

작품은 일본에서는 2009년에 출간됐다. 정경진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한스미디어. 396쪽. 1만3천원.

<복수의 방정식을 풀다…장편소설 '나의 계량스푼'> - 2

changyong@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