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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집회시위 자유' 확대…법원과 갈등 우려도>

'한정 위헌' 법해석 권한 놓고 이견 노출
<헌재, '집회시위 자유' 확대…법원과 갈등 우려도> - 1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신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27일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 '한정 위헌'을 선언했다.

이번 결정은 야간 옥외 집회에 대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입장이던 기존 판례가 잘못됐다고 선언한 지난 2009년 결정에 이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 더 넓게 허용 = 헌재 결정은 야간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다 인정해 주는 쪽으로 내려져 왔다.

지난 2009년 결정 당시에는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실상의 허가제에 해당한다는 위헌 의견(재판관 5명)과 허가제는 아니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재판관 2명)이 각각 제시됐다. 그러나 헌재법상 위헌 정족수(재판관 6명)에는 못 미쳐 헌재는 단순 위헌을 선언하지 못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날 결정은 야간 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고 밝혀 자정까지의 옥외 시위도 허용하도록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결국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와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허가'를 통한 제한은 허용할 수 없다는 헌법적 결단을 분명히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과 헌재 '법 해석' 갈등 재연 가능성 = 헌재 결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법 해석 권한'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재, '야간시위 금지' 한정위헌 결정
헌재, '야간시위 금지' 한정위헌 결정(서울=연합뉴스)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에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제공)

헌재 결정에 따라 당장 이날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 시위가 가능해졌다.

한정 위헌은 해당 법률의 효력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하게 해석하는 한 위헌임을 선언하는 변형결정이다.

헌재가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2012년 12월 27일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헌재는 법률조항의 해석·판단 권한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둘러싸고 대법원과 1996년부터 기 싸움을 벌여왔다.

당시 헌재가 소득세와 관련한 헌법소원에서 과세당국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소득세를 부과한 데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이 이후 관련 재판에서 헌재 결정을 무시한 채 실거래가 기준이 정당하다고 판결해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헌재가 한정위헌 판단을 존중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아예 취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만 있고 헌재는 법률의 위헌성 여부만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정 위헌이라는 명목하에 법원에 법률 해석·적용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전부 위헌' 의견을 낸 김창종·강일원·서기석 재판관도 결정문에서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고위법관 출신이다.

이들은 "헌재가 스스로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위헌과 합헌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일차적인 입법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해 권력 분립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야간시위 "밤 12시까지 허용"
헌재, 야간시위 "밤 12시까지 허용"(서울=연합뉴스) 야간시위 자료사진. (연합뉴스 DB)

헌재는 한정 위헌이 위헌 결정의 한 종류라고 보는 반면, 법원은 위헌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헌재법 47조 3항에 따르면 위헌 결정이 난 법 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한정 위헌이 난 경우에도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헌재 입장이지만, 대법원 판례는 한정 위헌은 재심 사유가 아니라고 본다.

◇법원 판결 '혼란' 불가피 = 헌재가 단순 위헌이 아닌 변형 결정을 내림에 따라 향후 일선 법원 재판에서 다소의 혼란이 예상된다.

문제가 된 집시법 조항을 어느 선까지 적용할지, 유·무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벽 2~3시 심야시간대의 시위·집회나 조명시설이 전혀 없는 지역에서의 자정 이후 야간 집회 등에 대해서는 집회·시위를 허용해야 할지, 이를 따르지 않고 강행했을 때 처벌이 가능한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는 어느 법원에서 재판을 받느냐는 우연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추후 어떤 사건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어떤 사건은 청구할 수 없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법원 재판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고 '자의적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조속한 후속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zoo@yna.co.kr eshi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3/27 18: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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