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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타는' 대중문화계…노래·방송·만화까지 열풍>

'썸 타다', 연인이 아닌 남녀의 핑크빛 감정을 일컫는 신조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중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는 '썸 탄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만화방 홍사장(홍진경 분)이 친구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의 열애설이 터지자 TV인터뷰에서 "도민준씨는 사실 저랑 썸 타는 사이였는데"라고 말하며 폭풍 눈물을 흘린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던 신조어 '썸 타다'가 대중문화계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노래, 방송, 광고, 만화 등 전반에서 '썸'을 키워드로 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썸 타다'는 '섬싱'(Something)과 '타다'란 영어와 한글을 합성한 신조어로, 호감 있는 상대와 연인이 되기 전 핑크빛 감정을 주고받는 걸 뜻한다. 우정인지 애정인지 애매하게 밀고 당기는 관계다.

이 단어는 유행어처럼 확산돼 이젠 남녀 관계를 아울러 '썸 타다'라고 표현해도 통용될 정도다. '썸'은 왜 대중문화 현상이 됐을까.

◇ 노래 '썸' 40여 일간 음원차트 1위…개그 프로·웹툰도 인기

이 흐름의 중심에 선 대표적인 콘텐츠는 씨스타의 소유와 싱어송라이터 정기고가 듀엣한 히트곡 '썸'이다.

'썸'은 지난달 7일 발표돼 10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고 지난 22일까지 40여 일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차트 정상을 지켰다. 그 사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곡인 '렛잇고' 열풍과 소녀시대, 투애니원, 임창정 등 대형 가수들의 신곡 발표가 있었지만 잠시 2~3위로 내려앉더니 바로 1위를 꿰찼다. 음원의 수명이 '하루살이'인 상황에서 음원 소비가 40여 일간 지속한 건 이례적이어서 '좀비 음원'이란 말도 나왔다.

이 곡은 '썸 타는' 사이를 주제로 한 가사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마~.'(썸)

뒤를 이어 나온 케이윌과 신인 걸그룹 마마무가 부른 '썸남썸녀'도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사랑받았다. 역시 '허니(Honey)라고 부르긴 우리 아직은 뭔가 덜 익은 게 많은 사이'란 가사가 등장한다.

'썸 타는' 열풍은 방송가와 온라인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 코너 '썸&쌈'은 '썸'을 타는 커플과 '쌈'(싸움)을 일삼는 커플의 상반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코미디 빅리그'는 매회 1위를 뽑고 분기별 우승자를 선정하는데 이 코너가 올해 1분기 우승을 해 3천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또 다음 달 3일 KBS W 채널에서는 '애(愛)타는 수다-썸'이 첫 방송을 한다. 애처가로 알려진 주영훈과 5명의 '돌싱' MC 등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등 사랑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

광고에서는 SK텔레콤 '새로운 인연, T 전화' 편이 '썸' 코드로 시선을 끌었다. 대학 캠퍼스에서 남자 선배와 여자 후배가 서로 호감을 갖고 설레는 풋풋한 모습이 남녀의 시선으로 각각 그려졌다. 영상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20만 건을 기록했다.

올레마켓웹툰에서 웹툰 작가 모히또모히칸이 연재 중인 인터넷 만화 '썸툰'도 썸을 타는 남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공감 가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썸 타는' 대중문화계…노래·방송·만화까지 열풍> - 2

◇ '썸 타기', 젊은 세대 불확실한 현실 반영

'썸 타는' 건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 애매한 시기란 점에서 새로운 관계 설정은 아니다. 흔히들 '둘이 섬싱 있대'라고 말하던 생활 언어가 스마트폰, 인터넷상에서 '썸 타다', '썸남', '썸녀'란 신조어로 규정되면서 힘을 얻게 됐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씨는 "연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공통된 주제이지만 SNS 등의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이성 간의 애매한 감정이 특별한 뉘앙스를 지닌 신조어로 파생됐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며 "노래, 방송매체 등 대중문화계에서 앞다퉈 이를 다루는 건 일반 대중의 감정 이입을 통해 쉽게 공감을 얻는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히트곡 '썸'을 공동 작사한 민연재 씨도 "친구들을 만나면 연애 이야기를 즐기는데 늘 화제는 사귀는 커플의 자랑보다 '썸 타는' 친구들의 이야기였다"며 "이 시기의 이야기는 마치 한판씩 이기고 지는 게임을 보듯 재미있다. 잘 모르는 연예인의 '썸 타는' 기사를 봐도 클릭해보듯이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를 갖고 '썸남' '썸녀'의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내 노래가 사랑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썸 타는' 관계가 요즘 젊은 세대의 자화상을 반영한다고 풀이한다.

일부에선 '88만원 세대', '3포 세대'(경기침체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들이 처한 현실과 연결짓기도 한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 이성과 부담없는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썸을 타면' 상대에게 용기 있게 다가가 고백하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고, 연인이 아니니 서로에 대한 책임이나 관계 종료에 대한 상처도 덜하다.

김교석 씨는 "요즘 젊은 세대의 불확실한 현실을 드러낸 단어"라며 "사랑에 도전하기 위해 용기 내기 보다 계산하고, 설레는 감정이지만 머뭇거리는 모습이니 나약한 청춘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직장 초년생인 김정우(31) 씨는 "여자 친구를 사귀면 이제 결혼을 고려할 나이인데 직장 생활 3년 차여서 가정을 꾸릴 경제력이 없다"며 "그러나 '썸 타는' 관계는 부담이 없다. 주로 데이트 비용도 반씩 내고 '밀당'(밀고 당기기)에 대한 감정 소비도 적다"고 설명했다.

20대 초반의 한 걸그룹 멤버도 "'밀당'을 하다가 내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진지한 만남을 피하는 것"이라며 "헤어져도 할 수 없고 만나면 좋다는 인스턴트 사랑이다. 내 주위에도 한 명을 깊게 만나기보다 호감 가는 여러 이성을 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3/23 08: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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