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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첫 공개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최전선'

송고시간2014-03-11 11:08

사고 3년 맞아 원자로 중앙제어실 도쿄주재 특파원단에 공개

10일 외신에 처음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원자로 중앙제어실 내부(AP=공동취재단.연합뉴스)

10일 외신에 처음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원자로 중앙제어실 내부(AP=공동취재단.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일본 후쿠시마현>=공동취재단) "계단과 복도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 소방호스와 원자로 수위계 옆에 깨알 같이 쓰인 냉각수 수위 기록,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핫라인 전화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최전선'이던 1, 2호기 중앙제어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고 3년 후, 분홍색 시트로 가려지고 내부는 깔끔히 정돈됐지만, 당시 사투의 흔적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운전원들은 이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높은 방사선량과 대폭발의 위협 속에서 전원 상실과 노심 용융(멜트 다운)에 필사적으로 맞섰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던 지난 10일 오후 1시. 취재단을 실은 버스가 제1, 2호기 건물 옆에 멈추자 방사선량은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를 기록했고, 1호기 앞으로 50m쯤 걸어가자 시간당 80마이크로시버스트로 치솟았다.

취재단은 바다 쪽 입구에서 중앙제어실 건물에 들어갔다. 10m 높이의 쓰나미가 강타한 서비스실을 거쳐 2층 제어실로 향했다. 좁은 계단과 통로, 복도에는 사고 당시 사용된 여러 개의 검은 소방호스 등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어진 2층 복도에는 역설적이게도 GE로부터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받은 우수 발전소 표창장이 아직 걸려 있었다.

중앙제어실은 2층 안쪽에 있었다. 중앙 제어실은 24시간 원자로 및 터빈 등의 운전을 감시하는 원전의 심장부다. 1, 2호기 중앙제어실은 1, 2호기의 터빈 건물 사이에 위치, 두 원자로와 터빈을 제어했다.

보통 건물과 달리 중앙제어실에는 창문 같은 게 전혀 없었다.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천장 패널은 분리돼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아직도 방사성 물질로 오염돼 있어 분홍색 시트로 덮혀 있었다.

사고 당시 사용한 화이트 보드나 흩어진 메모 등은 모두 정리돼 볼 수 없었고, 면진(免震)중요동의 사고대책본부와 주고받은 핫라인 전화기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해 7월 식도암으로 숨진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 당시 소장은 면진중요동에서 이곳에 각종 명령을 하달했다.

1호기 제어실의 원자로 수위계 옆에는 시간에 따른 냉각수 수위가 연필로 기록돼 있었다. '16시50분 마이너스 50cm' '16시 55분 마이너스 130cm'….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로 냉각수의 수위가 조금씩 줄어든 상황이 기록돼 있었다.

10일 외신에 처음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원자로 중앙제어실 내부(AP=공동취재단.연합뉴스)

10일 외신에 처음 공개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원자로 중앙제어실 내부(AP=공동취재단.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측은 이날 잠시 실제 조명을 모두 끄고 취재단에게 전원을 완전히 상실하는 '스테이션 블랙 아웃(SBO)'의 상황을 재연해줬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미야기(宮城)현 동남동 130km의 깊이 24km 지점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한 뒤 오후 3시27분 쓰나미 제1파에 이어 오후 3시37분 쓰나미 제2파가 원전을 강타했다. 터빈 건물 지하의 비상 디젤 발전기를 포함해 전원이 완전 침수됐고, 후쿠시마 제1원전은 스테이션 블랙 아웃이 됐다. 제어반의 표시등도 일제히 사라졌다.

당시 중앙제어실에는 2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부 운전원은 사고 직후 손전등을 사용해 직경 30cm 정도로 제어반을 비추면서 연필로 시간과 냉각수 수위를 적었다. 운전원들은 또 모아온 자동차 배터리를 제어반에 연결해 원자로 수위계 등을 복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투'의 와중에 이미 1호기 원자로에서는 노심 용융(멜트 다운)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3월12일 오전 2∼3시 중앙제어실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0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았다. 직원들은 전면 마스크와 보호복을 착용하고 1호기 격납용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증기를 방출하는 벤트작업을 벌이는 등 멜트다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공기탱크를 지고 2명씩 원자로 건물로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12일 오후 3시36분 1호기 원자로에서 마침내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방사능 사고의 시작이었다. 사고의 여파로 중앙제어실 천장 패널이 떨어져 나갔다. 사고 5일 후에는 운전원 전원이 중앙제어실에서 대피하고, 일부만이 교대로 데이터 모니터링을 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당시 운전원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그들도 매우 놀랐을 것"이라면서 "절망 속에서 피폭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냉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방사능 유출로 피폭된 최초 운전원 10명은 이후 치료 등을 이유로 모두 퇴직한 상태다.

현재 1, 2호기 중앙제어실에는 운전원이 상주하지 않고 350미터쯤 떨어진 면진중요동에서 원격으로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시 복도와 통로, 계단을 통해 1, 2호기 중앙제어실을 빠져나오자, 태평양이 하늘이 내려앉은 듯 푸르고도 투명하게 누워 있었다. 하지만 순간 헷갈리고 흔들렸다.

"높은 방사선량과 폭발의 위험 속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한 후쿠시마 원전 직원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찬사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입지와 설계 등의 원천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쓰나미 등을 준비하지 못한 도쿄전력의 기만과, 사전에 안전을 관리하지 못하고 사후에도 엉터리 대응으로 일관한 일본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데 비중을 둬야 하는지…."

진실은 두 가지의 어느 교차점쯤에 위치하거나 아니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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