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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금융권, 시장 2천조원 동남아로 '영업영토' 확장

송고시간2014-01-12 08:00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김승욱 기자 = 국내 금융사들이 속속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성장 가능성이 큰 반면 금융산업은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사들은 선진국에 버금가는 정보기술(IT) 수준과 아시아에서 손꼽힐 정도로 발전한 금융시스템을 앞세워 잠재적 금융수요를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가 외국 금융사의 진입장벽을 높인 점과 아직 한국 금융사의 영업 대상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 등은 장애물로 분석된다.

◇성장하는 동남아…민간대출은 3년새 8천억弗↑

최근 한국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동남아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8개국 금융기관의 민간 신용공여액(domestic credit)은 2009년 1조2천17억달러에서 2012년 1조9천748억달러로 7천731억달러(약 820조원) 늘었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

중소기업과 개인의 금융기관 접근성이 여전히 좋지 않아 잠재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이들 국가의 금융기관 민간 신용공여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라오스(26.5%)가 가장 낮고 캄보디아(33.9%)와 인도네시아(42.6%)도 낮았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민간 신용공여액이 GDP를 훌쩍 뛰어넘는다.

인구 10만명당 상업은행 지점 수는 라오스 2.7개, 베트남 3.2개, 캄보디아 4.4개, 필리핀 8.1개, 인도네시아 9.6개로 모두 10개가 안된다. 한국(18.4개)의 절반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인구 10만명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숫자도 캄보디아 6.66개, 라오스 12.92개, 필리핀 19.31개, 베트남 21.16개, 인도네시아 36.47개로 한국(282.49)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수출입은행·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특히 인도네시아의 금융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 말 기준 인도네시아의 1인당 예금 잔액은 1천200달러 규모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적은 편이다. GDP 대비 은행업계 총자산 비중도 49%로 높지 않다.

양호한 경제 성장세와 은행의 건전한 재무구조, 높은 예금·대출 증가 잠재력을 보면 금융산업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

전쟁과 사회주의 체제로의 통일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베트남 또한 2010년 현재 전체 인구의 6%가량만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새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자유화 정책을 펴는 미얀마, 금융 인프라 부족으로 민간의 은행 접근성이 낮은 캄보디아도 국내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따라 선진국에 들어가 자금줄 역할을 하는 '옛날 방식'의 해외진출은 더이상 돈이 안 된다"며 "동남아는 리스크가 있지만 이를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음마 시작한 국내 금융기관…장애물 첩첩산중

하지만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증가율은 2008년 18.3%를 기록한 이후 곤두박질쳐 지난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2.1%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9월 현재 해외에 진출한 377개 금융사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중국(71개)과 미국(55개) 등 2개 나라에 몰려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으로 바뀐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이미 설립된 현지법인이나 지점 가운데 상당수는 이제 겨우 기반을 잡아가는 단계다.

업계에서는 1992년 설립된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하나·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베트남이 규제 빗장을 걸기 직전인 2009년에 설립된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 등을 빼면 중국이나 일본계 금융사와 경쟁할만한 동남아 내 한국 금융사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외환은행 인수 이후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가속도가 붙은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키워 해외 수익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2년 하나금융의 글로벌부문 이익이 세전으로 2천400억원"이라며 "24개국 127개 네트워크를 300개 이상 점포로 확대해 2025년까지 글로벌부문 이익을 2조원 이상, 전체의 40%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053000] 관계자도 "올해부터 동남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말레이시아 사무소는 지점이나 법인으로 전환하도록 현지 금융당국과 협의중"이라며 "필리핀은 신규 진출을 잘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현지 은행을 M&A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2015년까지 은행 수익의 10%를 해외에서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금융사가 뛰어넘어야 하는 장벽도 적지 않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 국가들이 외국계 금융사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하기로 2012년 6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지만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1년 반이 걸렸다.

베트남도 자국 금융권 구조조정을 이유로 2011년 이후 외국계 은행에 신규 지점 인가를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 11월에야 기업은행의 하노이 지점 개설을 승인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영업관행도 한국 금융사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국내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제한된 수의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사들끼리 현지에서 대출을 빼앗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처럼 영업했다"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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