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 사람> '재발견'된 뮤지컬배우 한지상
송고시간2013-12-29 06:30
데뷔 10년 만에 '대세'로 우뚝…"천천히, 멀리, 길게 갈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꼭 데뷔 10년째인 올해, 뮤지컬 배우 한지상(31)은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
그는 한 해 동안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펼쳤다. 올해 출연한 작품만 '완득이', '넥스트 투 노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칼렛 핌퍼넬', '보니앤클라이드', '레드', '머더 발라드'까지 총 7편이다.
쉼 없이 달린 무대를 통해 그는 '대세'로 떠올랐다. 고뇌에 빠진 배반자(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부터 장난기 가득한 귀족 영웅('스칼렛 핌퍼넬'의 '퍼시'), 총을 든 채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보니앤클라이드'의 '클라이드')까지 그는 매 작품에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냈다. 종횡무진 활약상 덕분에 '핫지상'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그는 연합뉴스에 올해 자신의 점수를 89점으로 매겼다.
"90점은 진짜 우수한 사람들이 받는 점수가 아닌가요.(웃음) 저도 벌써 90점을 받고 싶진 않고요. 더 천천히, 멀리, 길게 가고 싶어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해였어요. 그래서 90점 바로 아래인 89점을 주고 싶네요."
올해부터 화려하게 재조명 받기 시작했지만, 그의 탄탄한 가창력이야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뮤지컬계 최고 스타로 꼽히는 조승우가 "군 복무 시절 후임이었던 한지상에게 보컬 레슨을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 '원래부터' 잘했던 그에게 유독 올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이유는 뭘까.
그는 "잘 맞는 옷을 입었기 때문일 것 같다"며 웃었다.
"운 좋게도 저와 잘 맞는 역할들이 연이어 들어왔어요. 특히 '유다' 역을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셨는데, 캐릭터부터 음역, 음악 스타일, 에너지까지 모든 것이 저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숫자 3과 인연이 좀 있나봐요. 제가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3기인 동시에 03학번입니다. 또, 제가 3수를 했어요.(웃음)"
낯가림이 심하고 공부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던 소년은 예상치 못한 3수로 인생의 쓴맛을 봤다. 방황 끝에 만나게 된 연기 전공. 연기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연극 '세 발 자전거'(2003), 뮤지컬로는 '그리스'(2005)로 데뷔한 이후 그는 차곡차곡 실력과 경력을 쌓아왔다. 큰 주목을 단번에 받은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 정도의 경사(傾斜)가 좋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무엇인가를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아요. 지금까지 한 것처럼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가고 싶습니다."
올해 '연중무휴'로 무대에 서다 보니 '너무 다작을 하는 게 아니냐', '쉽게 지치는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실제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을 쉼 없이 내질러야 하는 '유다' 역을 소화할 땐 목에 무리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싶은 욕구가 많던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작년 의도하지 않게 너무 많이 쉬었어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인 '환상의 커플', '완득이'가 연이어 엎어졌거든요. 저에겐 일종의 트라우마가 됐고, 그래서 올해는 '절대 쉬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감사해요."
내년에는 올해만큼 많이 무대에 서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지만, 내년 라인업에서 벌써 그의 이름이 발견된다.
일단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레드'가 내년 1월 26일까지 이어지고, 내년 3월 개막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조력자 앙리 뒤프레 역을 맡는다.
무대뿐 아니라 TV나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도 있는지 물었다.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워요. 준비도 더 필요하고요. 그래도 여건과 기회가 맞는다면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눈앞의 한 계단'을 강조했다.
"과분한 사랑에 많이 감사했지만,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으려 해요. 유연한 태도로 다양한 캐릭터에 녹아들 줄 아는 배우, 변함없이 한 계단 한 계단을 차곡차곡 밟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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