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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위기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고민하다

송고시간2013-12-23 18:47

실비아 페데리치 저서 '혁명의 영점'…'재생산노동의 공유재化' 역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올해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복지였다. 특히 기초노령연금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 국민이 노인복지에 관심을 두는 시대가 됐음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전작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 도입과 이행이라는 맥락하에 해석한 여성주의 운동가 실비아 페데리치도 새 저작 '혁명의 영점'에서 노인복지 문제를 복지와 연관시켜 심도 있게 파고든다.

가사노동이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생산노동과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재생산노동의 최종 수혜자가 자본이므로 총자본의 대변인인 국가가 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1970년대부터 여성주의 운동의 화두였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사노동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가 늘면서 유급 가사노동자가 생겨났지만,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전히 빈약하다는 것은 노인 돌봄노동의 현실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이는 신자유주의화에 따른 복지 축소와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노인복지서비스 축소로 그간 병원에서 제공하던 많은 서비스가 가정으로 떠넘겨졌고, 이는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급여를 받는 돌봄노동자도 유색인종인 미등록 이민자가 많아 열악한 노동조건, 인종주의적 처우, 성범죄 위협 등에 노출됐다는 점도 재생산노동으로써 가사노동이 여전히 평가절하됐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돌봄노동자들은 특정 기관에 소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조합조차 이들의 문제를 외면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복지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저자는 노인 돌봄노동 등 재생산노동을 자본이나 국가의 손에 맡기는 대신 집단화·공동화를 통해 공유재 성격을 갖게 하는 것을 여성운동의 목표로 제시한다.

과거 공동 주방과 협력적 살림살이를 조직한 19세기 여성주의자들, 남성과 집안일을 공유하고 학대를 피할 수 있는 복합 주거시설 설치를 주장한 브라질 무토지농민운동 여성 등은 재생산의 공유재화를 위해 참고할 만한 발상들이다.

저자는 이 같은 '공유재' 개념이 가정과 공동체의 범위를 넘어서면 "월가 점거운동, 아랍의 봄, 그리고 전 세계에서 꾸준히 펼쳐지고 있는 수많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관통하는 지평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갈무리. 336쪽. 2만원.

<복지 위기시대, '가사노동'의 가치를 고민하다> - 2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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