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하늘다툼 미국 전문가 전망
송고시간2013-11-28 23:18
中패권적 행보로 'G2 충돌' 가능성 우려'부상하는 강대국' 견제위해 동맹국과 공동대응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28일(현지시간) 대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패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가시화했으며, 이로 인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는 '아시아 중시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주로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의 대립전선이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직접 개입하는 'G2 신경전'으로 비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부상하는 강대국'인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할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IE)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중국의 방공구역선포에 대해 "미국의 효과적인 대응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은 동아시아의 국제안보 질서를 성공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여전히 강하지만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한 뒤 중국이 역내 분쟁을 원하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만큼 이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의 시각은 지난 20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펴낸 '미·중 군사협력' 보고서의 흐름과 매우 흡사하다.
보고서는 "미국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견실한 군사관계를 구축하려 시도했으나 해상분쟁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적 행동을 억지하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신형 대국관계'를 중시하는 시진핑 체제를 우호적으로 대하면서 군사 협력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이 역내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고 미군의 활동반경을 제약하는 상황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에게 이번 중국의 방공구역 선포는 중대한 도전과제로 부상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마빈 칼브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태와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 과정에서 더는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중국은 이런 전략적 방침에 암운을 드리웠다"면서 "이는 외교 선호 정책이 과연 아시아에 먹힐 수 있는지, 특히 동중국해에 유효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5일 미국이 중국에 사전통보없이 B-52 전략 폭격기 두대를 동중국해 상공으로 비행시킨 것은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전략폭격기 출동이라는 '위력과시'를 통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당장 내달 2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기회에 중국의 방공구역 선포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형대국관계를 지향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의 공감대 확인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에서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역내 동맹·우방들의 의견을 조율해 중국의 이번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중국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바이든 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 만날 것"이라며 "틀림없이 이번 사태가 최대 의제가 될 것이며, 회담을 통해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 대학원(SAIS)의 임은정 한국학 초빙교수는 28일 "중국이 던진 도전과제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중국의 이번 방공구역 선포는 동아시아의 현 안보지형을 흔든 사안"이라고 규정한 뒤 "아시아 중시전략의 강화라는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라도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분명한 안보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경제적으로 볼 때 한중 관계는 한국에게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중요한 전선이긴 하지만 안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현실적인 좌표설정이 절실하다"면서 "미국과 함께 하는 안보적 지향설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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