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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형 송전탑 25기에 둘러싸인 여수 봉두마을

송고시간2013-11-27 13:49

비만 오면 '윙윙' 밤잠 설쳐…송전탑 추가 공사에 주민 '폭발'

여수 봉두마을 둘러싼 대형 송전탑
여수 봉두마을 둘러싼 대형 송전탑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대형 송전탑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과 한전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주변을 대형 송전 철탑 25기가 빙 둘러싸고 있다. 2013.11.27 <<지방기사 참조.마을주민 제공>>
kjsun@yna.co.kr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송전탑 증설을 둘러싸고 한전과 주민 사이에 심한 갈등을 빚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봉두마을에 27일 오전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앵무산 줄기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산세가 좋아 겉보기에도 쾌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자랑하는 듯 보였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봉두마을은 현재 80여가구 200여명의 광산 김씨와 장흥 위씨가 오순도순 아름답게 살아가는 집성촌이다.

그러나 마을을 빙 둘러싼 25기의 대형 철탑들이 산허리와 마을 주변을 마치 거미줄처럼 휘감은 모습이 흉물스러웠다.

이날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위성초(65) 위원장은 "지난 70년대 초부터 송전탑 19기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최근에 마을 앞에 대형철탑 6기를 추가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암과 백혈병 등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의 생명권이 달린 문제여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도 마을 입구에는 '한전의 횡포 때문에 우리 주민 다 죽는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우리마을 지켜내자!'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고압 송전탑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여수 봉두마을 송전탑공사 중단하라"
"여수 봉두마을 송전탑공사 중단하라"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김제남 의원은 27일 봉두마을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와 한전의 송전탑 공사 강행 중단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2013.11.27 <<지방기사 참조>>
kjsun@yna.co.kr

당시에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온다는 기대감에만 부풀었지 누구도 생명을 빼앗는 송전탑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현재 이 마을에는 1970년대 초부터 가설된 345㎸ 1개 노선과 154㎸ 2개 노선 등 송전선로 3개 노선의 송전탑 19기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 154㎸ 대형철탑 6기를 추가해 송전선로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보상'보다는 '생명권' 때문에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는 주민 30여명이 암과 백혈병으로 이미 숨지거나 현재 투병생활을 하고 어미소 폐사와 염소의 사산과 기형 등 각종 질병이 주변 마을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많다.

B씨는 마을 뒤편을 통과하는 345㎸ 송전선로 바로 밑에서 양봉업을 하던 중 벌 유충이 녹아내리면서 더는 양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자신은 5년 전에 폐암 선고를 받았다가 최근 기적적으로 완치 통보를 받았다.

또 송전선 밑의 축사에서 20여년 동안 40여마리의 소를 키워온 W씨는 키우는 어미소가 이름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송아지도 기형이 태어나더니 최근에는 자신이 백혈병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 투병 중이다.

이 밖에도 345㎸ 밑의 축사에서 키우는 또 다른 W씨도 염소가 이름 모를 병으로 죽고 기형 새끼염소가 나오는 바람에 현재는 염소 사육을 그만뒀다.

여수 봉두마을 둘러싼 대형 송전탑
여수 봉두마을 둘러싼 대형 송전탑

(여수=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대형 송전탑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과 한전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전남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주변을 대형 송전 철탑 25기가 빙 둘러싸고 있다. 2013.11.27 <<지방기사 참조>>
kjsun@yna.co.kr

이런 현상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대형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영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 주민 최성자(70)씨는 "특히 송전선로와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때면 송전선로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마치 비행기 이착륙을 방불케 하는 바람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대대로 물려받은 전답을 팔고 이사를 하고 싶어도 집이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빚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마을 한가운데 설치된 송전탑(345㎸, 154㎸) 19기 원거리 이전, 주민건강을 위한 역학조사, 현재 공사 중인 154㎸ 6기 송전선로 지중화, 이들 요구가 어렵다면 마을 전체의 집단 이주 등이다.

그러나 한전 측은 최근 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주민들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한전 측의 무성의한 '법대로' 대응 때문이다.

주민 위동순(73)씨는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보상금도 받지 않으니까 한전은 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법대로 하겠다'는데 대한민국의 법이 국민을 위한 법인지 한전을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한전 측에 불만을 나타냈다.

김상수(77)씨도 "옆동네와 비교해도 암환자가 그렇게 많아 전자파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요구했는데, 한전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법대로'만 외치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당초에 국민을 위한다면 사람이 사는 집 바로 인근에 15만4천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대형 송전탑을 세울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얼굴을 붉혔다.

위성초(65) 봉두마을 송전탑건립반대투쟁위원장은 "그동안 송전탑이 유난히 많아 건강상 피해를 당했는데 또다시 송전탑을 추가하겠다는 것은 주민들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으며 단지 공사 중단이나 이주 등 대책 마련을 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전이 여수국가산업단지와 여수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추진 중인 154kV 여천2∼율촌 송전선로 건설사업(20.1km·송전탑 45기 추가 건설) 사업은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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