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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통어 에스페란토…희망과 고난의 역사

송고시간2013-10-23 10:04

신간 '위험한 언어'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언어는 사람과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쓰는 언어 때문에 인간이 차별받기도 하고, 말이 사라지면서 민족까지 흔적없이 흩어지곤 한다.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소통할 언어가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박사가 창안한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가 대표적인 시도다.

에스페란토는 '만국공통어'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었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이었다. 좌우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에스페란토는 숱한 탄압을 받았다.

억압의 이유는 다양했다.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의 좌파적 성향이 문제가 됐고, 유대주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으며, 주변 정치 상황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신간 '위험한 언어'는 에스페란토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충실하게 담은 책이다.

독일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울리히 린스가 저자다. 세계 에스페란토 운동에도 깊이 관여한 그는 에스페란토어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자멘호프가 에스페란토를 만든 동기와 배경부터 이론과 구조까지 꼼꼼하게 짚었다. 무려 2천여 개의 주석을 달았고 에스페란토 운동 관계자로부터 받은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담았다.

그는 '어떤 점이 박해자들을 자극했는가' '에스페란토 운동이 본격화될 때 주변 정치 사회적 환경은 어떠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독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에스페란토는 탄생하던 순간부터 온갖 적대감과 맞닥뜨려야 했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초기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했다가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고발당했다.

일본에서도 좌파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하면서 에스페란토 보급에 나섰다가 시련을 겪었다.

독일 나치 정부는 유대인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수많은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을 가두고 죽이고 유배시켰다.

국제연맹은 '인민대중들은 직접적인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소련에서의 상황은 조금 달랐지만 결과는 역시 고난이었다.

소련은 1917년 러시아혁명 후 에스페란토를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상호이해의 수단'으로 여기면서 환영했다. 하지만 소련 내부 계급투쟁이 격화하면서 에스페란토는 부패한 부르주아 사상의 침투 수단이자 간첩활동의 도구로 여겨졌다.

저자는 에스페란토가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의사소통의 권리'가 인권의 하나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엿본다.

그는 "에스페란토의 존재는, 기술적으로 밀집되고 점점 더 이성화된 세계에서 인간들 사이의 더 나은 이해가 계속해서 '이상'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매년 10월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주최로 한국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린다. 올해도 26일과 27일 인천에서 개최된다.

최만원 옮김. 갈무리. 628쪽. 3만원.

<국제공통어 에스페란토…희망과 고난의 역사> - 2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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