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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8년경에는 어류 자원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

송고시간2013-09-24 11:07

'텅 빈 바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가다랑어는 수심 50m, 황다랑어는 수심 75m, 그 아래로 150m 수심에는 눈다랑어가 다닌다.

길이가 100m에 장거리 수중음파탐지기까지 장착한 초대형 다랑어잡이 어선에 이 정도 수심은 깊은 축에도 들지 않는다.

어선은 다랑어들이 촘촘하게 몰려 있는 지점에 지름 1천800m에 깊이가 244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펴고 다랑어를 남김없이 끌어올린다.

멸종 위기에 놓인 눈다랑어의 치어도 이 무자비한 그물의 포위망을 피할 수 없다.

눈다랑어의 치어는 가다랑어, 황다랑어와 함께 참치 통조림 캔에 담겨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다.

영국의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인 찰스 클로버가 쓴 '텅 빈 바다'(원제: The End of the Line)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바다의 황폐화를 고발한 심층르포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아이슬란드, 덴마크, 일본 등 수많은 지역과 바다를 취재하고, 수많은 연구자의 자료를 검토하고,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첨단 기술, 통제되지 않는 시장의 힘, 의식의 부재가 불러온 현장의 상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증거로 가득했다.

미국 최고(最古)의 어항으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의 글로스터 항구는 한때는 그물을 펼치면 갑판 위에 물고기 떼가 파도처럼 쏟아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어획량 감소 탓에 도시 자체가 폭삭 몰락했다.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약탈로 고갈되고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대구 어장도 좋은 예다. 한때 연 80만t에 이르던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급히 어장 보호에 나섰지만 대구 개체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에서마저 사람들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얻고자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큰 물고기까지 잡아들이고 있다.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제대로 규제하기 어려운 남극해에서는 아무나 와서 이빨고기처럼 희귀한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서 '메로'나 '칠레농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한다.

단적으로 말해 1950년대에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다.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t씩 감소해왔다.

우리가 물고기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잡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발전은 우리로 하여금 점점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했다.

대표적인 어업 방식인 트롤 어선들은 대형 그물들을 바다에 던져 주변 물고기를 싹쓸이한다. 애초 대상 어종이 아닌 종류들마저 다 잡아들인다.

상품가치가 있는 물고기 450g을 잡으려고 7㎏에 이르는 다른 해양생물을 죽이고, 새우를 얻으려고 던진 그물에서 85%는 다른 생선이 잡히는데 그것들은 그냥 버려진다. 시장성이 없거나 보관할 창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2048년경에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어류 남획이 전 세계 해양생태계 전체를 종착역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제는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시기임을 주장한다.

"우리는 현실을 극력 부정하고 있다. 그러고는 현재 생존한 개체군의 감소 수치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언쟁이나 하면서 인공위성이며 감지기 같은 것으로 남아 있는 최후의 물고기를 잡으려 든다. 이들 어종이 정말로 멸종 일보 직전의 상황에 처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기 전에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다섯 살배기 내 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귀상어와 참다랑어가 헤엄쳐 다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현재의 어획 수준으로 계속 간다면 이 어종들은 공룡의 뒤를 따를 것이다."(53쪽)

저자는 고발에 그치지 않고 대안도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소개하며 그 성과와 한계까지 짚어낸다.

이 책으로 저자는 '음식평론가조합'에서 탐사보도 기자에게 수여하는 '데릭쿠퍼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영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후 독일판, 이탈리어판, 일본판, 미국 개정판이 잇따라 출간됐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됐다. 루퍼트 머레이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그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서평에서 "이 책은 전 세계 수산업의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도려내 속살을 드러냈다. 그 탐욕과 어리석음, 낭비와 파괴의 맨얼굴을"이라고 썼다.

전업 번역가로 활동 중인 이민아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펜타그램. 452쪽. 2만원.

"2048년경에는 어류 자원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 - 2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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