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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무술에 철학을 담다 '일대종사'

송고시간2013-08-12 16:07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홍콩 출신 유명 감독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의 신작 '일대종사'(一代宗師)는 무술의 고수가 내지르는 주먹과 발차기 하나하나에 삶의 철학을 담으려는 야망이 보이는 작품이다.

리샤오룽(이소룡·李小龍)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인 '엽문'(葉問)의 삶과 그가 살다간 시대를 감독 특유의 세련된 영상에 담았다.

앞서 전쯔단(甄子丹) 등이 주연한 '엽문' 시리즈가 간결하지만 파워풀한 액션과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왕자웨이의 이번 작품은 화려한 영상미와 고수들의 삶의 철학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일대종사'의 배경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가 몰락한 뒤 공화정치 시대를 맞아 혼란스럽고 분쟁이 계속되던 20세기 초중반 중국이다.

<새영화> 무술에 철학을 담다 '일대종사' - 3

중국 남부 무술의 중심지인 광둥성 불산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엽문(량차오웨이)은 팔괘장의 제창자 '궁보삼'의 은퇴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그의 딸 '궁이'(장쯔이)를 만난다.

마치 사랑을 나누듯 펼쳐진 대결의 순간을 마음에 품고 헤어진 둘은 편지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지만, 일본의 침략과 함께 모진 운명은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본에 집을 빼앗긴 엽문은 아내 장영성(송혜교)과 헤어진 뒤 홍콩으로 건너가 지도자의 길을 걷고, 궁이는 제자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를 다짐한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등 전작에서 보여준 빼어난 영상미로 유명한 왕자웨이 감독의 작품답게 극중 무술 고수들이 벌이는 대결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멋스러움을 뽐낸다.

정확한 동작으로 맞아 들어가는 배우간 합(合)이 투명한 빗줄기와 새하얀 눈, 때로는 기관차의 증기와 어우러져 한 폭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유명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을 중심으로 실제 무술 고수들이 촬영에 참여했다.

특히 엽문이 무림 선배들의 시험을 거쳐 궁보삼과 삶의 철학을 겨루는 '전병 찢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과 궁이가 원수인 마삼(장즈린)과 열차 승강장에서 벌이는 승부는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여기에 '실력'이 전부라는 엽문의 철학을 중심으로 중국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고수들의 허무와 후회, 고독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채운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주인공들의 흑백 사진은 무림 고수들이 품은 욕망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엽문의 '말이 적은' 아내 장영성으로 분한 배우 송혜교는 짧은 시간 출연에도 표정만으로 애틋함과 품위, 상실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내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새영화> 무술에 철학을 담다 '일대종사' - 2

하지만 엽문의 영웅적인 일대기를 원한 관객이라면 감독 특유의 때로는 나눠지고, 때로는 끊어지는 이야기 구성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겠다. 특히 팔극권의 마스터 일선천(장첸)의 에피소드는 중심 줄거리와 섞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쿵푸는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원칙으로 꼿꼿이 역사를 견디던 엽문에게도 영화 후반부의 '밥벌이'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었다. 우리 삶이 어쩌면 '무림'의 그것보다 더욱 험한 것일 수 있다는 감독의 철학이 담긴 것 같다.

올해 63회 베를린영화제와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이다. 왕자웨이 감독이 기획에 6년, 촬영에 3년 등 총 9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2분.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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