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예측 가능" 도마뱀 연구로 입증
송고시간2013-07-24 10:13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생명체가 수백만년 후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마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3일 보도했다.
미국 과학자들은 카리브해 4개 섬에 사는 아놀 도마뱀 연구를 통해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도마뱀들이 비슷한 외양을 갖게 됐음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 고(故) 스티븐 제이 굴드는 "만일 진화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연못을 휩쓸고 지나가는 폭풍이나 먹잇감 곤충이 부족한 계절 같은 사소한 사건들이 예상 밖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여러 호수에 사는 물고기 시클리드(태래어 泰來魚)를 보면 서로 떨어진 비슷한 환경에 사는 것들이 각자 독자적으로 진화했으면서도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쿠바와 이스파뇰라(아이티·도미니카공화국),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등 기후와 생태계가 비슷한 카리브해 4개 섬에서 약 4천만년 전부터 살아온 아놀 도마뱀을 대상으로 연구해 진화의 예측성을 발견했다.
각 섬에서 자리잡고 번식한 이들 도마뱀은 현재 119 개의 다양한 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연구진은 이 가운데 100종을 대상으로 야생과 박물관에 있는 표본들의 몸 크기를 측정하고 이를 다시 4개 섬 전역의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놀랄 만큼 강력한 수렴(convergence) 현상이 발견됐다. 수렴은 계통발생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생물 사이에 유사한 구조가 나타나는 것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이들 도마뱀의 적응방산(適應放散: 같은 종류의 생물이 진화 과정에서 여러가지 환경에 적응하며 형태적·기능적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는 현상)은 예외없이 네 섬 모두에서 일치해 한 섬에 사는 모든 종마다 다른 섬에 유사한 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아놀 도마뱀의 체형 자료와 가계도를 종합해 이들 도마뱀의 `적응지형'을 만들 수 있었다. 적응지형은 진화생물학의 기본 개념이지만 실제로 보여주기는 어려운 현상이다.
적응지형의 봉우리(peak)들은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다양한 특성들을 대표하는 반면 골짜기(valley)들은 이와 반대여서 비슷한 서식지에 사는 종들은 같은 봉우리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아놀 도마뱀들의 최적 서식지는 나무 둥치나 높은 나뭇가지, 또는 땅바닥의 풀숲 속인데 이들 환경은 제각기 다른 적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적응 봉우리를 만들어낸다.
연구진은 네 섬의 적응지형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각 지형의 봉우리가 언제 도마뱀의 서식지가 됐는지, 또는 언제 한 종이 한 봉우리에서 다른 봉우리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었으며 지형이 수렴 진화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연구 결과 우리는 수렴 현상을 설명해 주는 적응지형의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youngn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3/07/24 10: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