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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애국미 헌납' 모범사례 대대적 선전…그 이유는

송고시간2013-07-15 16:12

'전쟁예비물자창고 햅쌀로 채우기' 분석, 전승절 비용 해석도

북한의 '애국미 헌납운동 선구자' 김제원 농민
북한의 '애국미 헌납운동 선구자' 김제원 농민

(북한=연합뉴스) 해방 직후 애국미 헌납운동을 시작한 김재원을 만나는 김일성 북한 주석. 1994.7.11 (본사자료)
<저작권자 ⓒ 2009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 북한이 15일 당국에 '애국미'를 헌납한 주민들의 사례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식량 기증을 독려하고 나서 그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 '조선말사전'(2004년 판)에 따르면 애국미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국가에 바치는 쌀'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충정의 애국미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각지의 수많은 당원과 근로자들이 성의껏 마련한 알곡을 나라에 바치고 있다며 "(지난해) 농사를 잘 지은 남포시 학천농장 농민들은 김제원 농민의 넋을 이어갈 결심 밑에 10t 800여㎏의 알곡을 애국미로 기증했다"고 밝혔다.

김제원은 1946년 토지개혁으로 땅을 받고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땅에서 지은 수십 가마니의 쌀을 김일성 주석에게 기증한 황해도 재령 출신의 농민이다.

당시 김 주석은 북한 전역의 농민들이 김제원을 본받아 헌납한 애국미를 밑천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세웠고 북한 당국은 그를 '애국미헌납운동의 선구자'로 내세워왔다.

노동신문은 황해북도 상원군 산림경영소 종업원들은 산림토지에서 생산한 12t 300여㎏의 알곡을 바쳤고 평안남도 평원군 매전협동농장의 청년 농민들은 2정보의 빈 간석지땅을 개간해 5t의 벼를 애국미로 기증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농장 단위의 애국미 헌납뿐 아니라 개인들의 식량 기증 사례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평원군 출신 박영숙, 강원도 문천시 출신 홍영희, 평양시 대동강구역 청류1동에 거주하는 김은순 등은 각각 2t의 애국미를 기증했으며 평양의 '뉴타운' 창전거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선옥은 2t 220여㎏의 식량을 바쳤다.

탈북자들은 개인이 쌀을 2t씩 헌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 출신 탈북자 신모씨는 "평양을 비롯한 도시 주민 중 돈 많은 사람들은 노동당 입당이나 가족의 출세를 위해 자신의 돈으로 쌀을 수 백㎏, 많게는 몇t씩 국가에 바친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소개한 김은순이 거주하는 평양시 청류동에는 외화로만 거래하는 대성백화점이 있는 등 신흥 부자들이 사는 지역이며, 박선옥이 사는 창전거리에는 일부 노동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상류층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애국미나 군량미를 헌납하라고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강요해왔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개인들의 애국미 헌납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당국이 올해 특별히 식량 기증을 독려한 것은 현재 비어 있는 '2호 창고'(전쟁예비물자창고)를 채우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이 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3∼5월 김정은 지시로 평양은 물론 지방 주민들에게까지 식량 배급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2호 창고의 묵은 쌀을 풀어 배급을 주면서 창고가 텅 비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농사가 비교적 잘 됐고 최근 남미 등에서 옥수수 45만t을 수입하기도 했기 때문에 식량사정이 어려워 쌀을 기증받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2호 창고의 묵은 쌀을 처리하고 작년에 수확한 햅쌀을 채워넣기 위한 '얕은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전승절'(정전협정일·7월 27일) 60주년과 정권 수립(9월 9일) 65주년을 성대히 경축하겠다고 선포한 북한이 행사 비용 충당을 위해 주민들에게 식량 기증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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