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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긴 전주 '삼양다방' 추억 속으로

송고시간2013-06-11 11:44

62년 역사…커피전문점에 밀려 이달 폐업지역문인·화가들의 아지트로 과거 '인기'

62년 만에 문 닫는 삼양다방
62년 만에 문 닫는 삼양다방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1952년 문을 연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삼양다방이 62년 만에 문을 닫는다. 2013.6.11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전주의 구도심 지역 완산구 경원동 전주한옥마을 끝 자락에는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나오는 옛날식 다방이 하나 있다.

조금은 '촌스러운' 소파에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커피, 문인과 화가들이 기증한 벽면에 걸린 그림과 사진, 서화까지 시간이 멈춘 듯 70·80년대 다방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이 바로 1952년 문을 열어 올해로 62년째를 맞은 '삼양다방'.

옛모습을 간직해서인지 삼양다방에는 추억을 찾는 20∼30년 단골손님의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끊이지 않는다.

62년 만에 문 닫는 삼양다방 내부 모습
62년 만에 문 닫는 삼양다방 내부 모습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1952년 문을 연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삼양다방이 62년 만에 문을 닫는다. 2013.6.11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하지만 많은 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삼양다방은 6월을 끝으로 60년 넘은 수명을 다하게 됐다.

올해 건물주가 바뀌면서 리모델링을 위해 세 들어 있는 상가 전체가 자리를 옮기거나 문을 닫게 된 것.

주인 이춘자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다방을 운영해 왔다. 더 운영을 하고 싶지만 건물주의 사정도 있는 것이니 이제는 힘들 것 같다"면서 "단골손님들을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문을 닫는 소회를 밝혔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다방을 유지할 정도로 손님이 들었다.

이씨는 "손님들의 연세가 70∼80대다. 주로 예전에 이곳이 전주의 중심지였을 때 공직에 계시거나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분들이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다방 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방을 찾지 않는다. 운영이 힘들지만 추억을 생각하며 이곳을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을 위해 문을 닫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문을 닫게 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말대로 추억을 파는 삼양다방의 커피 값은 한 잔에 일반손님 2천원, 단골 1천500원으로 아직도 20년 전 그대로다.

삼양다방 벽면에 전시된 예술품들
삼양다방 벽면에 전시된 예술품들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1952년 문을 연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삼양다방이 62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사진은 지역 원로 예술인들이 삼양다방에 기증한 예술품들. 2013.6.11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한옥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상가의 임대료가 오른 상황에서 다방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손님들을 생각해 커피 값을 올리지 않았다.

이씨는 "이제는 커피자판기도 흔하고 커피전문점도 많이 생겨나서 그렇지만 예전에는 애경사를 치르고 나면 사무실에 커피를 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신도시로 기관들이 다 옮겨 갔지만 다방 주변에 옛 전북도청, 전북경찰청, 전북은행 본점 등이 있을 때는 종업원 2명을 뒀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다방 운영에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점차 운영이 힘들어지는 삼양다방을 살리기 위해 원로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삼양다방 살리기 운동'도 진행하고 경기도의 한 커피박물관에서는 모금 운동까지 펼쳤다.

삼양다방 벽면에 걸려 있는 미술품과 사진은 지역 원로 예술인들이 다방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다방전시'를 열면서 기증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씨는 건물주가 바뀌는 상황에서 다방을 더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모금액 기부를 거절했다.

기증받은 작품도 다방 문을 닫으면 모두 원래 주인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30년 단골인 김모(84)씨는 "옛날에는 다방이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이곳이 나이 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마저 사라지니 많이 아쉽다"면서 "세월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옛것들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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