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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한·일 합작연극 '아시아 온천'

송고시간2013-05-11 14:12

'어제도' 배경 신명나는 놀이한마당..몰입끊는 시도 인상적

연극 '아시아 온천'
연극 '아시아 온천'

(도쿄=연합뉴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쓰고 연출가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이 10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공연 실황 장면. 2013.5.11 <<문화부 기사참고, 국립극단 제공>>

(도쿄=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호랑이가 담배통으로 담배를 피운 어제의 얘기냐/ 호랑이가 전철로 회사에 간 내일의 얘기냐/ 에누에누야 에야누야누 오교차!/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지난 10일 저녁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

한국인과 일본인이 한데 어우러진 신명 나는 놀이 한 마당이 펼쳐졌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쓴 희곡에 연출가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색을 입혀 빚은 연극 '아시아 온천'의 첫 무대에서다.

사탕수수 열 그루가 뙤약볕에 반짝거리고, 하얀 천 줄기가 하늘과 땅을 잇는 탯줄마냥 매달려 있는 널찍한 무대. 이날 800여 명이 들어찬 이곳은 때론 한·일 배우의 집단 가면무가 펼쳐지는 연희의 장으로, 때론 북소리 장구 소리 들썩이는 축제의 공간으로, 어떤 때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지는 낭만적인 세계로 탈바꿈했다.

극은 아시아 어딘가에 덩그러니 솟아있는 섬 '어제도'에 이방인 형제가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유황 냄새를 맡고 입도한 '카케루'와 '아유무'는 이곳 땅을 사들여 온천을 개발하고 호텔을 지으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연극 '아시아 온천'
연극 '아시아 온천'

(도쿄=연합뉴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쓰고 연출가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이 10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공연 실황 장면. 2013.5.11 <<문화부 기사참고, 국립극단 제공>>

하지만 가문 대대로 이어온 섬을 지키려는 고집스러운 영감 '대지'에게 이들의 존재는 눈엣가시다. 배척해야 할 존재들이다.

그런데 대지와 이들 형제 간 긴장이 고조되던 어느 날 '아유무'와 대지의 딸 '종달이' 사이에는 남몰래 사랑이 싹튼다.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모진 사랑'이다. 결국 마을 사람들과 형제의 몸싸움 중에 '아유무'는 죽고, 이에 '종달이'도 제 몸에 칼을 꽂으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후텁지근한 바닷바람이 밀려드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싸우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회복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극 몰입에 유리한 플롯을 가진 이 작품이 외려 관객이 극에 빠져드는 걸 시종일관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유무'의 죽음을 본 '종달이'가 칼로 자살을 결심하는 비장한 순간 돌연 "아야야야! 아파"라며 호들갑스럽게 말한다거나, 동생의 죽음에 분개한 '카케루'와 마을 사람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화음을 넣어 소리지르는 장면은 극에 빨려 들어가려던 찰나의 관객을 화들짝 깨워 버린다.

또 중간 중간 온천으로 돈도 벌고, 여자도 꾀어내리라는 꿈에 부풀어 연신 땅을 파헤쳐 내려가는 '우시조'·'우마조'·'도조'의 만담이나, 리어카를 끌고 등장하는 '병아리'와 '원숭이'의 대화로 어제도 이야기의 큰 흐름을 끊어 놓는다.

관객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실제가 아닌 연극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연극적 장치다.

더불어 등장인물의 이름도 '대지', '종달이', '토끼', '원숭이' 등 동물의 이름을 대거 가져와 '국적 중립성'을 최대한 지키고 어제의 얘기든 내일의 얘기든 어느 쪽도 상관없다는 극 중 노래처럼 어제도를 명확한 시대도, 위치도 알 수 없는 오묘한 공간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시도다.

연극 '아시아 온천'
연극 '아시아 온천'

(도쿄=연합뉴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쓰고 연출가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한일 합작 연극 '아시아 온천'이 10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공연 실황 장면. 2013.5.11 <<문화부 기사참고, 국립극단 제공>>

손진책 연출가는 "이번 연극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며 "관객의 국적, 개인적인 경험 등에 따라 자유롭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장 3시간(인터미션 포함) 동안 이어진 극에 대해 일본 관객은 대체로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대학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히로시 나가사와(23)씨는 "개인적으로는 극을 보며 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며 "역사적 배경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메시지가 매우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의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음악, 춤, 굿을 통해 두 나라의 문화를 보여준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연극 '아시아 온천' = 예술의전당, 신국립극장, 국립극단 공동제작.

만든 사람들은 ▲작 정의신 ▲연출 손진책 ▲무대미술 이케다 토모유기 ▲음악 쿠메 다이사쿠 ▲조명 디자인 사와다 유지 ▲음향 후쿠자와 히로유키 ▲의상디자인 마에다 아야코 등

출연진은 김진태, 정태화, 서상원, 김문식, 김정영, 가쓰무라 마사노부, 조성하, 치바 데쓰야, 우메자와 마사요 등 한국·일본 배우 22명.

한국 공연은 6월11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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