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명예살인'…"예멘 여성차별 재조명"
송고시간2013-03-21 21:23
WEF보고서 "예멘, 성차별 가장 심각한 나라"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에게서 도망쳐 연인과 결혼한 예멘의 한 20대 여성이 비극적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예멘 남부 아덴 시의 신혼집에서 오빠와 남동생 등 형제 4명의 총에 맞아 남편과 함께 숨진 것이다.
그녀의 오빠와 남동생 등은 경찰 조사에서 누이가 부모의 허락없이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힌 것이 범행 동기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동부 하드라마우트 주의 고향에서 교제하던 30대 남성과 함께 도망쳐 결혼식을 올리고 아덴에 정착, 신혼살림을 차렸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근대적인 이슬람 문화에 따른 차별로 고통받는 예멘 여성의 비참한 현실이 재조명 받고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인 걸프뉴스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예멘 형법은 명예살인을 저지른 남성에 상당히 관용적이다.
간통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은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더라도 1년을 넘지 않는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은 누이와 처남을 살해한 남자 형제 4명의 체포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여성을 '남성의 자매'(sister of men)로 기술한 현행 예멘 헌법은 예멘의 남녀 차별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하게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남성은 똑같이 부양할 수 있다면 본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4명의 처를 둘 수 있다.
여성은 남편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경제적 지원을 못 받을 수 있으며 남편의 구두 통보만으로 이혼당할 수 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2년 '세계 성차별지수 보고서'는 경제·정치·교육·보건 등의 분야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로 예멘을 꼽았다.
교육의 미비와 열악한 보건 실태, 가정 폭력 등이 예멘 여성이 직면한 조혼, 강요된 결혼 등의 문제와 모두 연관돼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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